한전은 "호주는 풍력이 안정적인 시장이고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방침은 뒤집어졌다. 최고경영진이 '스톱'했기 때문이다.
한전이 극도로 몸 사리기에 나서고 있다. 적자를 이유로 일부 해외 에너지 개발 사업을 보류하고 있어서다. 초기 개발에 들어가는 사업비를 날릴 수 있다는 이유인데 정권 말 공기업이 여론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지식경제부와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호주 혼스데일 풍력사업 개발건을 사실상 중단했다.
한전 고위관계자는 "(김중겸) 사장이 누적 적자가 큰데 신중하게 접근하자고 했다"며 "현지 법인을 만들어 개발하는 것인데 초기 개발비용을 날릴 경우 (여론)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어 현재 상황에서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업은 현지법인을 만들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한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초기 개발비용. 한전은 호주 현지 공동개발자와 50대50으로 초기 개발비용을 대 풍력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하기로 했다. 석유와 마찬가지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시작하지만 일단 시추해서 추가로 상황을 봐야 한다. 일종의 수업료인데 석유 등은 성공확률이 10~20%에 그친다.
호주 풍력사업의 경우 초기 개발비용이 약 300만달러(약 34억원)가 들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 고위관계자는 "개발비용 리스크인데 잘될 경우 대박이 터지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이런 개발비용 리스크를 지지 않고 투자결정만 해왔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방만경영이라는 지적이 나올까 (내부적으로)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3조2,92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도 82조6,639억원에 달한다.
투자결정을 신중히 하는 것은 좋지만 향후 먹을거리가 될 수 있는 해외사업마저 망설이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풍력발전은 전세계적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2010신재생에너지백서'를 보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풍력발전은 평균 36.1%(연간 누적 설치용량 기준) 성장했다. 한전이 머뭇거리는 동안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위험을 지지 않으면 수익도 없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여론 눈치를 살피느라 성장동력을 훼손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