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주관식 송년모임 만들자

여기저기 송년 모임이 한창이다.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새해를 설계할 수 있도록 깨끗이 정리정돈하자는 송년회. 하지만 우리는 송년회에서 반성이 지나쳐 더 많은 반성거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송년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모임 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송년 모임 참석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송년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어떤가. 직장상사의 일방적인 취향에 따라 갈것이 아니라 송년회에 대해 ‘비공개’ 설문을 했으면 한다. 객관식 외에 주관식 설문도 만들면 다양한 의견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최근 문화공연 관람이나 부서 장기자랑 같은 송년회를 여는 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문화공연의 종류나 초청가수 등의 선택도 멤버들의 의견을 물었으면 한다. 다음으로 술을 ‘아껴야’ 한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수를 사먹게 됐냐고 한탄하며 물 값 아끼는 사람들이 술값은 아까운 줄 모르고 덕분에 지출되는 병원비까지 아까운 줄 모르는가. 얼마 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 수도권 성인남녀의 평균 연말 송년회는 3.71회로 집계됐고 이는 모두 술자리라는 통계가 나왔다. 아울러 과도한 음주로 연간 20조990억원의 사회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술자리마다 분위기를 좋게 한다며 강력 폭탄주만 강요할 것이 아니다. 술 선택의 자유를 줬으면 한다. 꼭 폭탄주 분위기가 아니면 화합이 안 되는 것 같으면 ‘밖은 녹차 안은 우롱차’ 같은 선택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송년 모임에는 꼭 ‘계영배(戒盈杯)’를 준비했으면 한다. 필요 이상 술을 따르면 모두 흘러내리는 계영배를 보고 술 양도 조절하고, 술로 정신도 잃지 않고, 지나침을 경계하라는 그 뜻도 새겼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송년회는 반드시 12시 이전에 끝낸다는 원칙을 세웠으면 한다. 더 이상 한국인들의 송년회 모습을 세계인들이 ‘엽기뉴스’에서 읽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우리는 떠나가는 해를 너무나 그리워한 나머지 오히려 지나친 술로 잊고 떠나보내야 할 것들을 만들고 있다. 올해만큼은 우리 모두 마음속에 계영배를 준비해 몸을 술에서 해방시키고 송년회로 가정이 파탄 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서로 술 마시기 싫으면서도 괜히 체면상 마시는 ‘체면치레주(酒)’를 자제하는 진짜 대한민국 송년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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