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미 FTA '이것이 급소'] <8> 고요속의 태풍, 철강산업

美 비관세 장벽 더 높일 가능성<br>한국산 철강 수입비중 7.3%…中이어 對美수출 5위<br>미국산은 국내수입 사실상 제로 "불공정" 불만 고조<br>中위안貨 못지않는 압박 예고…대응책 마련 절실





자동차와 더불어 철강산업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 양국이 이미 관세를 제로(0%)로 하기로 합의,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의 경우 관세철폐를 의미하는 FTA 시스템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자동차 못지않은 대미 흑자를 거두는 효자상품으로 자리를 굳혔다. 생산량 기준으로 한국이 중국ㆍ일본ㆍ미국ㆍ러시아 등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점에서 FTA는 양국의 철강 교역규모를 늘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낙관적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그렇지가 않다. 고요 속의 태풍이랄까.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압력은 중국 위안화 절상 못지않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미국 측 입장에서는 FTA 협상과정을 통해 더욱 교묘한 비관세장벽을 세울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산 철강 수입 사실상 제로=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우리는 미국에 2003년 160만1,000톤의 철강을 수출했다. 지난해에는 182만9,000톤으로 증가, 4년 동안 14.2% 늘었다. 김성우 철강협회 팀장은 “한국산 철강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경쟁력”이라며 “미산 철강 제품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의 세부품목 가운데 우리가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것은 열연강판ㆍ강관ㆍ도금강판 등이다. 반면 우리의 미국산 철강 수입은 극히 미미하다. 2002년 2만2,000톤에서 2005년 5만9,000톤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산 수입은 수급에 문제가 있는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한정되고 있다. 사실상 제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안화 못지않은 미국의 압력=김주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불공정 거래를 이유로 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산 업체의 반덤핑 제소 가운데 60%가 철강 제품이다. 우선 철강 제품에 대한 미국 통상압력의 초점은 중국에 맞춰져 있다. 2005년 기준으로 미국이 한 해 수입한 철강은 2,505만톤. 이 가운데 9.1%가 중국산(3위)이다. 중국 다음은 바로 한국이다. 대미 수입물량 중 한국산 비중은 7.3%(5위)로 중국과 비슷한 규모다. 미국에 가장 많은 철강을 수출하는 국가는 1위가 캐나다, 2위가 유럽연합(EU)이다. 미국 측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이들 국가에 버금갈 정도로 자국의 철강업계를 사지로 몰아넣는 주범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산 제품에 대해 가장 많은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철강 제품이다. 미국은 현재 한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 9건, 반덤핑 및 상계관세 4건 등 총 13건의 수입규제를 하고 있는 상태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FTA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산 철강에 대해 긴급수입규제 발동 요건 등 비관세장벽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FTA 협정을 구실로 삼아 오히려 비관세장벽을 은밀하게 설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면서 FTA를 통해 우리의 이익을 더욱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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