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문체부 장관의 본분

문화재에 대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인식이 최근 잇따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7ㆍ28일 양일간 광주에서 열린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 유 장관이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과의 대화에서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일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불상은 1330년께 서산 부석사에서 만들어졌으나 일본으로 건너가 관음사에 안치돼 있던 중 지난해 10월 절도범에 의해 한국으로 반입됐고 일본 측은 반환을 요구했다. 우리 법원은 일본 측이 불상을 정당하게 취득한 사실이 확정될 때까지 반환을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자 유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도난하거나 약탈한 문화재는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국제 규약이 있으니 합리적으로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본 측이 절도범의 도난을 부각해 장관의 발언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본래의 취지와는 상관없이 장관으로서 처신이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앞서 8월에는 해외 전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뉴욕 전시를 강행하기로 하자 장관에 대한 문화재 관계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당초 문화재청은 훼손 가능성 때문에 국외 반출을 불허했지만 유 장관이 적극 중재에 나서 전시가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 관계자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중요한 문화재는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공식 복제품을 내보내는 만큼 우리도 홍보에 급급하기보다 문화재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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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문화 정책을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주요국과의 문화 외교를 고려하는 태도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훼손되거나 사라진 문화재는 원상 복구가 어렵다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15만여 점 중 최근 5년간 환수한 것은 27건에 불과하다. 문화 융성도 좋고 관광 산업 육성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문화재를 보호하고 빼앗긴 것은 돌려달라고 정당하게 요구하는 게 대한민국 문화부 수장으로서의 본분(本分)이 아닐까. 참고로 본분이란 '의무적으로 마땅히 지켜 행해야 할 직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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