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은 이날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 주석을 국회에서 만나 "동북아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한중일 3국 국민의 역사에 대한 공동 인식이 중요하다"며 "장기적으로 '공동교과서' 편찬을 지향하면서 역사인식 교류의 장으로 역사연구공동위원회를 설치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시 주석은 정 의장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이것은 3국의 정확한 역사를 세우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한국 국회와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의회격)가 지난해 8월 일본의 역사 왜곡 행태를 공동으로 규탄했던 점을 언급하며 "(이 같은 활동이) 주변국과 함께 미래지향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데 매우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 주석은 "중한 양국 간 공동 역사관을 연구할지에 대해 중한일 3국이 더 많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며 동북아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일본과의 협의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동북아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을 제안했을 당시에는 시모무라 하쿠분 일본 문부과학상이 "환영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을 밝히는 것에 그쳤다.
아울러 정 의장은 한중 의회 간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시 주석에게 전달했다. 정 의장은 "한중 의회 수장 간 교류를 하고 싶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한국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중국 전인대와 한국 국회는 지난날 좋은 기반 위에서 더욱 긴밀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며 "양국 (의회) 의장단의 상호 방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장 상무위원장에게 적극 건의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양국 입법기관의 교류·협력은 서로의 이해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장을 마련했다"며 "이러한 (의회)교류를 장려하고 있고 강화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정 의장의 제안대로 한중 의회 수장 간 회담이 성사될 경우 국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중 교류·협력 통로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한중 의원 외교협의회'와 '한중 의원 정기교류체제'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수장 간 접촉이 정례화되면 자연스럽게 양측의 접촉면도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날 시 주석과 정 의장의 면담에는 정갑윤·이석현 국회 부의장을 비롯해 이완구 새누리당,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심상정 정의당,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와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이재오 한중의원외교협의회장, 권영세 주중 대사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