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포터즈를 지원해 지난 4월부터 정보기술(IT)지식을 필요로 하는 소외계층을 방문해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프로그램들을 접하면서 마음 따사한 세상을 만나게 됐다. 이들에게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IT 관련 지식을 교육하는 일은 나에게 즐거움과 신선함 그 자체였다.
교육 현장에는 뒤늦게 배움에 도전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분들이 매우 많아서 새삼 놀라게 된다. 가족사진을 모아 동영상을 제작하시는 70대의 어르신, 그리고 강의내용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트 필기를 열심히 하는 어머니들, 젊은이 못지않은 그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책임감을 느낀다.
불편하지만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려는 태진씨, 그리고 장애로 인해 더운 날씨에도 머리에 보조기구를 착용하고 마우스를 움직이느라 바쁜 진영이는 20대의 여느 젊은이와 다를 바 없다.
가구당 인터넷 보급률이 80%에 이르는 요즘, 세살배기 어린아이가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에 반해 지체장애인인 영희씨는 38세가 되도록 마우스를 잡아본 일이 없다고 한다. 배움의 기회가 없었던 장애인, 이것이 우리 IT 문화의 숨겨진 어두운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 참석해 시각장애가 있으면서도 피아노에 대한 천부적 재능을 가진 예은이의 연주를 듣게 됐다. 눈물이 나올 만큼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지체장애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가 컴퓨터를 통해 음악을 들려주면 예은이는 바로 그 곡을 연주하면서 음악적 재능을 키웠다고 한다. IT 기기가 재능 계발에 도움이 된 것이다.
IT는 사용하기에 따라 우리의 생활을 얼마든지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영희씨가 보통 사람이 누리는 문화적 혜택에서 소외된 이런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비록 첫걸음은 늦었지만 영희씨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능력을 발휘하며 열심히 배우고 있다.
장애로 인해 바깥출입을 못하고 집에서만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장애인 중 90%가 사고나 병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다. 이런 경우에는 갑자기 바뀐 환경으로 인해 마음을 닫아 버리는 분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IT 교육을 지원함으로써 생활의 활력이 생긴다면 세상과 조금 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 이런 활동들이 늘어나 많은 장애인이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