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런 차기 대통령을 바란다] (1) 경제대통령

비전-정책 일치하는 '成長대통령' 돼라<br>'7% 성장 공약하고 어설픈 분배' 참여정부 반면 교사<br>3만弗시대 겉모습 매달려 '뜬구름 정책' 이제 그만<br>기업환경 획기적 개선 '일자리있는 성장' 끌어내야<br>부동산정책 공급중심 보완, 집권초기에 추진 필요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지 4개월여가 흐른 지난 2003년 6월30일. 노 대통령은 이날 ‘참여정부 경제비전 국제회의’ 개막 연설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자”고 역설했다. 환율 절상으로 ‘거저 얻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어찌 됐든 올해로 이 목표를 달성할 듯하다. 하지만 ‘2만달러’는 불행하게도 집값 급등과 사회 갈등, 빈부격차 확대, 그리고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공허함으로 국민 가슴을 후빈 채 빛을 바랬다. 차기 대통령이 명실상부 ‘경제 대통령’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현 정부가 그려온 궤적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3만달러’라는 거죽만 화려한 하드웨어에 급급, 동북아허브처럼 현실성 없는 정책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 있는 국가 어젠다를 제시하라”는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조언을 경청해야 한다. ◇‘성장’ 중심 철학과 리더십 필요=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차기 대통령은 철학과 비전, 정책 기조와 목표, 이를 위한 수단을 동일 흐름에 놓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의 행적은 이런 면에서 다음 대통령에게 반면 교사가 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성장률은 7%. 이는 철저한 성장 위주 정책으로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무게는 ‘어설픈 분배’로 흘렀고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제한적 시장경제가 국정 중심으로 자리했다. 결국 집권 5년 평균 성장률은 4.2%(올 4.4% 추산)까지 곤두박질쳤다. 목표와 경제 철학과의 괴리에서 탄생한 결과 치고는 참담한 것이었다. 참여정부의 성적은 3만달러 달성이 통치권자의 확고한 성장 중심 철학과 이를 위한 강한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함을 보여준다. 경제지표의 미래 추계를 상정해보면 차기 대통령이 임기 내 3만달러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5%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야 한다. 쉽지 않은 목표다. 한 민간연구소장은 “2만달러는 (환율 때문에) 공짜로 되다시피 했다”며 “차기 대통령은 무엇보다 확실한 성장동력을 골라 재가동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있는 성장’ 기틀 마련=재정경제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제조업에서만 연평균 6만6,000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고 탄식했다. 실제로 2002년 59만개에 달했던 연간 전체 일자리 창출 규모는 현 정부 출범 첫해 마이너스 3만개로 추락했고 2004년 41만개로 회복하는 듯하더니 이후 30만개 아래로 주저앉았다. 기업들은 계속 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반면 외국인은 국내에 들어오려 하지 않고 이를 메워줄 서비스업도 후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 따른 결과였다. 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본유출에 이어 급격한 인재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배상근 위원은 “정부가 규제완화를 그토록 외쳤지만 정권 출범 후 규제 건수가 오히려 늘어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꼬집고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의 정책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주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규제 개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균형발전을 생각한다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갈 수 있도록 과감한 당근책(인센티브)을 줘야 한다는 것. “기업이 맘 놓고 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하다”(손병두 서강대 총장)는 조언이나 “산업ㆍ노동정책의 연계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친화적 산업전략을 펼쳐야 한다”(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말도 이와 맞닿아 있다. ◇부동산정책 ‘국민 반발 없애라’=노 대통령은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게 없다”고 말했다. 이는 역으로 참여정부가 부동산 때문에 실패했음을 뜻하고 차기 대통령의 일성(一聲)이 부동산으로 귀착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이 반발하는 식으로 정책을 하면 좋지 않다”는 조순 전 부총리의 조언을 되새겨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또 다음 대통령이 스스로를 ‘부동산 대통령’으로 선언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8차례에 걸친 대형 대책과 40여 차례의 미세처방이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고 시장의 내성만을 키운 채 집값 급등으로 이어진 점을 되새겨야 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대신 집권 초기에 체계적이고도 확실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한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위주의 정책을 없던 일로 할 경우 오히려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며 “참여정부가 채우지 못한 공급 부분을 중심으로 보완하는 마스터플랜을 새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강남 재건축규제 완화 등 공급 부분의 획기적 전환을 가져 올 정책을 펴려면 집권 초반 힘이 있을 때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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