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가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SK텔레콤과 KT가 한 치의 양보없이 접전을 벌이는 동안 입찰가격이 7,000억원을 넘어섰다. 업계의 예상대로 낙찰가가 1조원을 웃돌 경우 승리를 거둔 업체가 올해에만 2,500억원이상을 일시 납부해야 해 통신업체의 단기간 비용증가가 통신 요금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주파수 1.8㎓(대역폭 20㎒)대역에 대한 경매가 닷새째를 맞아서도 낙찰자를 가리지 못한 채 입찰가격이 7,327억원까지 올라갔다. 지난 17일이후 총 51번의 경합을 치르며 시초가(4,455억원) 대비 이미 2,800억원이상을 써낸 상태지만 SK텔레콤과 KT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이 끝장 입찰에 나설 경우 앞으로 4~5일내 입찰가격이 시초가 2배를 넘는 1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만약 1조원에서 낙찰가격이 결정된다면 승자는 3개월 이내에 낙찰가의 25%인 2,500억원을 일시불로 방통위에 납부해야 한다. 나머지 4분3은 1.8㎓ 대역 사용기간 10년동안 균등분할로 내게 된다. 1조원을 써 주파수를 획득한다면 앞으로 10년동안 매년 750억원정도 비용이 나가는 셈이다.
통신업체들은 일시불로 내는 비용(25%)이 장부상 무형자산으로 잡혀 당장 재무제표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원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한 해 이익규모의 10%를 넘는 2,500억원은 적지 않은 비용이다. 통신업체 영업이익률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서는 더 부담이다. SK텔레콤의 지난 2006년 영업이익률은 24%를 웃돌았지만 지난해에는 16%대로 떨어졌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파수 비용증가가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져 설비투자 여력이 감소할 것”이라며 “비용이 1,000억원 늘면 KT와 SK텔레콤의 순이익은 각각 0.8%, 0.6%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T의 경우 이번 경매대상인 1.8㎓ 대역 외에 지난 6월 방통위로부터 경매가 아닌 대가할당 방식으로 재연장 받는 1.8㎓(20㎒)도 할당대가 4,800억원 가운데 2,200억원을 연내 납부해야 돼 이번 경매까지 낙찰받을 경우 일시에 5,000억원 넘는 주파수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과열경쟁으로 인해 비용부담이 커지면 통신요금에 다시 손을 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면 안된다는 판단 때문에 치킨게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현재 보유하지 못한 1.8㎓ 대역을 확보해 차세대 이동통신 LTE(롱텀에볼루션)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같이 경매에 나온 800㎒은 대역폭이 10㎒에 불과해 관심 밖인데다 무엇보다 1.8㎓ 20㎒대역을 갖고 있는 KT에게 덤으로 같은 대역을 넘겨줄 수 없는 상황이다.
KT는 1.8㎓을 갖고 있어도 2세대(2G)서비스에 발이 묶여 있어 이번 추가 대역 확보를 통해 오는 11월부터 LTE서비스를 시작해야 할 판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자들이 주파수 경쟁에서 지면 끝장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어 단기간 비용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경매에서 이기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