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글로벌 포커스] 투자·개방 빗장 푼 몽골… '자원 신천지'가 열린다

정부, 자원개발 위해 규제 철폐등 해외투자자 유치 적극<br>加업체와 광산 공동개발 합의… 中·러 국부펀드도 가세<br>"정책 변동·지정학적 리스크등 투자 불확실성은 여전"


구 소련시대를 연상시키는 회색 콘크리트 건물. 시 외곽으로 우후죽순처럼 무질서하게 들어선 판잣집. 검은 연기를 뿜어내는 화력 발전소의 높은 굴뚝. 우중충하고 퇴락한 시내 풍경. 2010년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의 모습이다. 시계가 멈춘 듯 한 이 도시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촌스런 거리에는 지난해 루이뷔통, 알마니 등 명품 상점이 들어섰다. 시내 술집인 그랜드 칸 아일리시 펍에는 맥주잔을 사이에 두고, 사업 파트너와 협상을 벌이는 투자자들이나 외교관들이 자주 목격된다. 몽골은 천연자원 부국. 금, 은, 구리, 석탄, 우라늄, 텅스텐, 형석 등 지하자원이 세계에서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많다. 더구나 대부분의 자원이 아직도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다. 이 나라에 자원개발 열풍이 불어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몽골을 중동의 석유 부국인 쿠웨이트에 빗대, '중앙아시아의 쿠웨이트'라고 부른다. 남부 고비사막에 위치한 '오유 톨고이(Oyu Tolgoi)'광산을 보자. 이곳엔 구리 3,110만 톤, 금 1,328톤, 은 7,601톤이 매장돼 있다. 아직 개발이 안된 구리 광산 중에서는 세계 최대규모다. 더구나 유라시아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몽골에는 오유 톨고이 크기의 광산이 최소 15개에 이른다고 추산하고 있다. 잠재 가치가 수천억 달러에 이르지만 개발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과거 폐쇄적인 사회주의 체제 시절엔 개발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300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나라로서 수십억 달러의 엄청난 개발비를 투자할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90년대 민주주의 혁명 이후 시장 경제체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정치 불안과 부패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몽골에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최근 자원시장을 개방하고 각종 규제를 없애며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부터다. 수십 년 간 굳게 닫혀 있었던 빗장이 풀린 것.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금과 구리 광산에 매겼던 65%의 고율의 세금을 없앴다. 이 세금은 공산당 후신인 인민혁명당이 집권했던 자원에 대한 통제권 강화를 위해 지난 2005년 도입한 것이다. 이어 몇 달 뒤 몽골정부는 캐나다의 자원개발 회사인 이이반호미네랄과 50억 달러를 투자해 '오유 톨고이' 광산을 공동 개발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한다. 6년간 질질 끌었던 오유 톨고이 광산에 대한 해외 투자 유치가 확정되자, 서구의 사모펀드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싱가포르의 국부펀드까지 몽골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하는 업체에 앞다퉈 돈을 대기 시작했다. 중국 업체의 해외상장을 주선하는 레드우드 캐피털의 이사인 매튜 토티는 "아이반호와의 계약 이후 투자자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1년 전 만해도 몽골은 투자처로 검토조차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증시에 상장된 사우스고비에너지리소스는 올해 1월 홍콩 시장에 추가로 상장해 중국투자공사(CIC) 등으로부터 4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 회사는 몽골에서 석탄광산을 개발 중이다. 중국 국부펀드인 CIC는 사우스고비에너지 이외에도 몽골에서 철광석 개발에 뛰어든 아이언마이닝인터내셔널이라는 캐나다 광산업체에 추가로 7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몽골 정부에 자문을 하고 있는 프론티어 시큐리티의 최고경영자인 마사 라가타는 "1년 안에 사우드고비 같이 투자를 받아 몽골에서 자원개발을 하는 회사가 3~4개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몽골이 해외 투자자들에게 자원시장의 문을 개방한 것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 자본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은 경제 성장의 강력한 원동력이다. 오유 톨고이 광산이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가면 몽골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될 정도다. 몽골은 지하자원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대대적인 철도 건설에도 나선다. 몽골 의회는 최근 총 연장 5,200㎞에 이르는 철도 계획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고비 사막 남부의 주요 지하 자원 매장지역인을 동서 방향으로 연결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철도 건설 비용은 1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몽골 정부는 정부는 10년간 몽골 경제를 3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 철도를 비롯해 광산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개발에 향후 5년간 25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몽골이 자원 시장을 개방했다고는 하지만 투자에 따른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광산지분 매각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정부 정책이 갈필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몽골 총리인 수흐바타르 바트볼트는 "국영 기업 지분 매각은 케이스별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몽골 정부는 '타반 톨고이(Tavan Tlgoi)' 석탄 광산의 지분 49%를 매각하려던 계획을 전격적으로 철회했다. 고품질의 '제철용 유연탄'(Coking Coal)을 차지하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던 호주의 BHP빌리턴, 브라질의 발레, 미국의 피보디 등은 뒤통수를 맞았다. 몽골 정부는 지난해 신규로 발견되는 우라늄 광산들의 지분 51%을 국가에 무상 양도하도록 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후 몽골에서 진행되던 우라늄 관련 프로젝트는 전면 중단됐다. 뿐만 아니다. 이전부터 진행해오던 사업도 심각하게 타격을 입었다. 일례로 몽골의 중앙아시아우라늄회사(CAUC)의 지분 42%를 보유하고 몽골 북부에서 우라늄 광산 개발을 하던 캐나다의 칸 리소스라는 회사는 사업이 중단된 상태에서 러시아의 적대적 인수에 시달리고 있다. 지정학적인 리스크도 감안해야 한다.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해 있다. 두 강대국간의 정세와 역학 관계 변화에 따라 몽골에서의 사업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몽골은 1920년대 독립 때부터 구 소련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으며, 이 관계는 현재 러시아로 이어지고 있다. 몽골은 현재 석유제품은 전량, 전력도 상당부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과는 긴장관계가 유지됐지만 '에너지 블랙홀'로 떠오른 중국이 적극적으로 접근하면서 무역이 증가하는 등 경제협력이 활성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몽골은 중국과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중국 국경에서 가까운 남부 고비사막의 오유 톨고이와 타반 톨고이 광산과 중국을 잇는 철도가 건설되지 않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중국은 철도 건설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몽골과 러시아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몽골에서의 자원 개발은 앞으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매튜 토티 이사는 "몽골 정부가 정치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몽골 역시 해외 투자가 필요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얻고 싶어한다. 몽골은 마지막 남은 자원 신천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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