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4억달러 흑자...역대 3위 규모...37개월 연속 흑자
추세적 원화 강세로 수출 직격탄
1997년 우리나라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몰고 갔던 ‘통한의 경상수지’가 약 20년 만에 다시 한국경제를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형태가 좀 다르다. 예전에는 없어서(경상 적자) 문제였지만 이제는 너무 많아서(흑자) 문제다.
한국은행은 3월 경상수지가 103억 9,000만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30억 7,000만달러(41.9%) 늘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113억 2,000만달러), 2013년 10월(111억 1,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규모다. 2012년 3월 이후 3년 1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해 ‘3저 호황’에 힘입은 사상 최장 기록인 38개월(1986~1989년)도 깰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에도 수출과 수입이 동반 추락하는 가운데 수입 감소폭이 더 큰 ‘불황형 흑자’였다. 3월 상품수출액은 495억 7,000만달러로 전년 보다 8.4% 급락했다. 반면 수입액은 383억 6,000만달러로 16.8%나 폭락했다. 이에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112억 1,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불황형 흑자는 환율 복원력을 붕괴시켜 경상흑자를 불리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예컨대 정상적인 경제라면 경상흑자는 환율 하락(원화 강세)으로 이어지고 이는 수출 타격 및 수입 증가로 연결돼 경상수지가 균형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구조적 내수 부진으로 환율이 하락해도 수입이 늘지 않아 경상흑자가 지속된다. 이는 추세적 원화 강세로 이어져 수출에 직격탄을 날리며 통상, 무역 마찰의 원흉이 되기도 한다.
실제 수출 전선에 드리운 경고음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1·4분기 수출액은 1,355억 6,000만달러로 전년 보다 11.2% 감소했다. 증감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4(-21.8%)분기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악이다. 그동안 “최근 수출 감소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단가 하락 때문”이라던 한은 조차 이날 “자동차, 디스플레이패널, 가전 등 일부 주력수출품목도 감소했다”고 우려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상흑자는 국제금융시장 혼란기에 안전판 역할을 하지만 지금 우리 흑자규모는 과하다”며 “해외투자 확대를 통해 흑자 폭을 줄이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