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냐, 2-4-4냐, 아니면 3-4-3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마치 축구 대표팀의 전술 포메이션 같은 숫자들을 놓고 서울시 각 구청들이 고민에 휩싸였다.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에 지을 아파트의 소형과 중형, 대형의 평형 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원활한 사업 추진의 복병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대형을 많이 짓고 싶어하는 주민들과 공익성을 앞세운 시, 구청간의 갈등이 만만치 않아 자칫 각 사업들이 상당기간 헛바퀴를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서울시와 각 자치구, 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와 영등포구 등에는 세대수와 평형비율을 조정해 달라는 재정비촉진지구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주민공람과 공청회까지 마친 동대문구의 경우 이문ㆍ휘경 촉진지구에 총 1만7,634가구를 짓기로 했다. 현재 거주하는 1만8,234가구를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서다.
건립 가구수를 늘리기 위해 평형별 배분 비율은 중소형 위주인 3:4:3으로 계획했다. 전용면적 60㎡(약 18평) 이하가 전체 건립 가구수의 30%, 60~85㎡(25.7평) 이하가 40%, 85㎡ 초과가 30%라는 뜻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중대형 비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은 85㎡ 초과 대형의 비율을 최대 40%까지 허용했고, 서울시 조례는 60㎡ 이하 소형의 비율을 최소 20%로 정하고 있어 산술적으로는 2:4:4도 가능하다.
주민들은 외국어대, 경희대가 가까워 대학생 등 1인 가구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도 동대문구와 서울시가 이를 모두 수용하려 욕심을 부린다고 주장한다. 실제 이 지역 1만7,634가구 중 1인 가구(46.2%)와 2인 가구(17.3%)의 비중은 무려 63.5%에 달한다.
이에 대해 동대문구 관계자는 “이문ㆍ휘경 뿐 아니라 다른 촉진지구에서도 지역 특성에 맞게 평형비율을 정하라는 게 서울시의 방침”이라며 “실제 사업에 들어가면 구역별로 평형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는 신길 촉진지구 공청회 이후 주민 반발이 극심하자 아예 재조사까지 벌여 평형비율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당초 현재 세대수가 2만4,258가구라는 데 근거해 중소형 위주인 4:3.5:2.5의 비율로 촉진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전기ㆍ가스 사용량 등에 대한 재조사 결과 이 중 상당수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위장전입’ 등으로 드러났다. 결국 소형 비중을 다소 줄이기 위해 시와 협의를 벌이느라 지난 6월 예정이었던 결정고시 신청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평형 비율을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은 현재 촉진계획을 수립 중인 다른 촉진지구에서도 비슷하게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서울시 이송직 뉴타운사업1과장은 “특별법에서 대형 평형을 40%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권리자수가 지나치게 많은 지구의 경우 소형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원주민을 최대한 수용하는 방향으로 건립 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