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극비 방중은 ▦북핵 6자회담 돌파구 마련 ▦대중 경제협력 강화 등 크게 두가지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핵 6자회담은 미국의 마카오 소재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제재조치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위폐제조 혐의에 대한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을 통해 해법 모색에 나설 전망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9일 “미국 측이 금융제재의 동기라면서 우리 에게 넘겨준 자료를 검토해 보건대 우리에게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미국이 6자회담의 진전을 바란다면 금융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북한의 위폐제조 혐의를 전면 부정하면서 금융제재를 대북 적대시정책의 산물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 같은 입장을 중국과의 협의를 통해 분명히 하면서 미국에 정면으로 맞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전방적인 압박을 가하는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공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방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문제로 인해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6자회담의 틀이 흔들릴 경우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은 북한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방중을 통해 위폐제조 공방을 어떻게든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즉, BDA 제재조치의 직접 관련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ㆍ중국ㆍ북한 중 두 나라인 북한과 중국이 ‘합리적이고 신축적인’ 해결책을 갖고 미국을 압박함으로써 위폐공방을 일단락 짓는다는 시나리오를 예상할 수 있다.
이 경우 6자회담의 최대 걸림돌이 제거되면서 본격적으로 북핵폐기와 그 상응조치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되는 부분은 금융제재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은 미국의 금융제재와 6자회담은 별개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금융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6자회담에 나설 수 없다는 북한의 주장과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ㆍ중간 이 같은 입장차가 어떻게 조율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북ㆍ중간 또 하나의 현안인 경제협력 문제도 심도깊게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과거 중국을 방문했을 때마다 경제발전상을 둘러보는데 시간을 할애했었다. 더군다나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당시 체결한 ‘경제기술협조에 관한 협정’은 중국이 북한에 20억달러 규모의 장기원조를 해주는 대신 북한은 중국에 자원개발과 기반시설 건설에 중국기업의 참여를 보장한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또 작년 12월말에는 로두철 부총리가 이끄는 북한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경제 및 에너지 분야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아울러 북한은 신년사설을 통해 산업시설의 개ㆍ보수를 강조한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의 대북 투자 확대 문제도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경제발전을 위한 후속조치를 집중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또한 대북 영향력 확대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제고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과 적극적인 경제협력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