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국정원의 굴욕

원세훈 전 원장 소환 이어 사상 두번째로 압수수색

서울중앙지검이 30일 대선ㆍ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취재진이 압수수색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배우한기자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검찰이 옛 국가안전기획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두번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윤석열 팀장)은 30일 오전8시50분부터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사실상 수사팀 대부분이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윤 팀장이 직접 진두지휘를 했고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을 비롯한 검사 7명과 전문요원 등 모두 24명이 동원됐다.


수사팀은 최근 폐쇄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정보국 사무실 등을 중심으로 내부 지시·보고 문건과 내부 인트라넷, 컴퓨터 서버 등과 관련한 전산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정보국 등에 소속됐던 국정원 일부 직원들의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도 압수수색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은 2005년 '안기부·국정원 도청' 사건 이후 사상 두 번째다. 검찰은 안기부가 1994~1997년께 정ㆍ관ㆍ언론계 인사 1,800여명을 상대로 전방위 도청을 한 이른바 'X파일' 사건을 수사하면서 국정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종전과 같은 자료 임의제출 형식이 아닌 강제수사임을 분명히 했다. 압수수색은 국정원이 압수수색에 동의함에 따라 이뤄졌다. 형사소송법상 공무원의 직무상 비밀에 관한 물품 등에 관해서는 해당 관공서의 승낙이 없으면 압수를 할 수 없다. 다만 소속 관공서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 관심이 큰 사건이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이번 국정원 압수수색은 원세훈(62) 전 국정원장이 지난 대선을 전후해 '오늘의 유머' 등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 작성을 지시했다는 개입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댓글 작성에 원 전 원장 등 지휘부가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국정원 내부 게시판에 오른 '원장님 지시ㆍ강조 말씀'이 어떤 배경에서 이뤄진 것인지 등을 밝혀줄 증거를 찾는 것이다. 29일 검찰에 소환돼 14시간의 고강도 조사를 받은 원 전 원장은 '댓글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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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뤄짐에 따라 앞으로 검찰 수사는 압수물 분석과 소환자 진술 분석 두 가지를 병행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압수물로는 국정원에서 확보한 압수물에 더해 포털사이트로부터 받은 압수물 등이 있다. 검찰은 앞서 네이버와 다음 등으로부터 국정원 직원들이 인터넷 댓글을 다는 데 쓴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폰 번호와 e메일 주소 수백 건을 넘겨받았다. 현재 국정원 직원이나 민간인 다수가 댓글 작성에 동원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검찰은 이미 한 차례씩 소환조사 한 바 있는 민모 심리정보국장과 이종명 국정원 3차장, 원 전 원장 등을 재소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소환 조사에서 이들의 진술이 일부 엇갈린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재소환시 대질 신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검찰의 수사 속도상 원 전 원장을 포함한 핵심 인물들에 대한 신병처리가 빠를 수도 있다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원 전 원장의 경우 검찰이 재소환한 후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압수물ㆍ진술 분석이 원 전 원장 등의 혐의를 충분히 소명할 정도가 되지 못할 경우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있어 일단 검찰은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며 원 전 원장의 혐의 입증에 집중한 후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재소환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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