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해운업체 99개사의 지난해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55개사였고, 평균 감소폭은 146%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매출은 줄어든 반면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는 증가했기 때문으로 상의는 분석했다. 실제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들의 지난해 평균매출은 전년 대비 5.6% 줄었지만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는 각각 0.1%와 6.8%씩 증가했다.
해운업체들의 지난해 유동비율을 살펴보면 전체의 75.8%가 100% 미만에 그쳤다. 또 56.6%는 유동비율이 전년 대비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단기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유동자산(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유동부채(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비율로, 보통 100% 이하면 급격한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본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해운물동량 급감, 운임 하락, 운영원가 상승 등으로 경영난에 빠진 해운업체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경기불황과 함께 원금상환시기가 도래하고 부채에 대한 부담도 커져 자금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의는 이 같은 해운업 불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최근 국내 해운업체 175개사를 긴급 설문한 결과 해운경기 회복 시점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꼽은 업체가 72.6%에 달했다. 반면 ‘올해 안에 회복될 것’이란 기업은 3.5%에 그쳤다.
특히 해운업 경기가 올해 안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 30%에 가까운 기업들이 경영 한계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답해 향후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애로 요인으로 응답기업들은 ‘경기둔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 및 매출부진’(68%)과 ‘유가 등 운영원가 상승’(41.7%), ‘자금유동성 확보’(35.4%) 등을 차례로 꼽았다. 해운업체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부 정책과제로 '원리금 상환유예'(49.1%)와 '선박 매입ㆍ대출상환 보증 등 유동성 확보 지원'(35.4%)을 가장 많이 꼽았다.
김경동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해운업체가 유동성을 보강해 선박노후화에 대비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