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14일] 출구전략 위한 조세정책

드디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 말부터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던 만큼 시장의 반응은 차분해 보인다. 이제 위기 이후 풀렸던 유동성을 환수해야 하고 비상수단들이 정상화해야 함을 시장이 냉정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보인다. 비상수단으로 위기를 넘긴 경제는 반드시 그만큼의 후유증을 앓게 된다. 정책의 본질은 선택이고 선택은 반드시 기회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위기극복의 대가로 그동안 우리가 감수해야만 했던 문제들은 앞으로 경제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지금부터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에 향후의 성패가 갈릴 수밖에 없다. 세입증대방안 조속히 마련을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금융위기는 크게 두 가지 후유증을 낳고 있다. 첫째, 위기극복과정에서 대규모 재정을 동원한 결과로 악화된 재정건전성이다. 둘째, 위기극복의 혜택이 소수에 집중된 결과로 심화된 양극화 현상이다. 따라서 향후 경제정책은 이 두 가지 후유증의 치유를 염두에 두고 펼쳐야만 한다. 재정정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조세정책도 마찬가지다. 우선 무엇보다도 조속히 세입증대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근 그리스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국가재정의 악화는 국가신용의 추락으로 직결된다. 아직 우리 재정은 건전하다는 정부의 주장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이미 경고음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이 아무리 중요해도 일반국민들에게 혜택은 별로 주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세금은 더 내라고 하기 어렵다. 따라서 혜택을 많이 받은 분야와 계층이 세금을 더 부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대기업과 수출산업은 이번 금융위기 극복과정의 대표적인 수혜자들이었다. 저금리와 고환율, 그리고 각종 감면 덕택에 놀라운 실적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음으로 양으로 주어지는 세금혜택을 대폭 줄여 이들의 세금부담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항상 문제가 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고소득 전문직종, 그리고 고급 및 대형 요식업체의 고소득 자영업자들에 대한 과세도 근본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세무대리의무화 방안을 포함한 징세행정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건강ㆍ환경ㆍ교통 등에 유해한 술ㆍ담배ㆍ화석연료 등의 과세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그리고 빈부격차 등의 문제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조세정책은 양극화의 개선에도 유용할 것이다. 어차피 세금부담이 낮은 중소기업과 빈곤층의 세금을 낮춰도 실익이 없는 만큼 대기업과 부유층의 세금을 더 걷어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방식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의 세목으로도 충분히 세금부담을 높일 수 있고 낮은 세율과 넓은 세원이야말로 로마시대 이후로 바람직한 조세제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대신 과세대상을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이익집단의 반발에 부딪혀 매번 좌절되지만 비과세감면의 축소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까닭이다. 세목 신설·세율 인상은 피해야 사족 하나. 현 정부가 인하한 개인 및 법인소득세율을 도로 인상하자는 주장이 있다. '감세를 얼마하면 성장이 몇 퍼센트된다'는 공인되지 않은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율의 재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세율 인하의 원래 목적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있었고 그 효과를 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 세율을 재인상한다면 정부는 공신력을 잃고 국가는 2년간의 국세수입만 놓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세율의 조정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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