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바둑은 개인적인 도락이다. 그 승부는 1대1의 대결로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다면기나 페어바둑이 등장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벤트에 가까운 것이고 1대1의 대국이 본연의 것이다. 프로기사는 언제나 외톨이 사냥꾼이 되어 무림의 온갖 고수들과 1대1로 대결한다.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철저하게 혼자 떠돈다. 이러한 바둑의 대결형식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것이 2004년에 도입된 한국바둑리그였다. 바둑리그의 창설은 프로기단의 면모를 일신시켰다. 개인에서 팀의 일원으로 신분이 변했고 개인전에서 단체전으로 대결의 양태가 바뀌었다. 그리고 바둑을 스포츠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바둑리그는 스포츠리그를 표방하며 탄생했는데 처음에는 실험성이 강했으나 4년 사이에 모든 것이 정착되어 이제는 어느 기전보다 활발하고 흥행성이 높은 행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소개하는 바둑은 2004년의 우승을 결정한 챔피언결정전이다. 한게임팀의 주장 이세돌과 파크랜드팀의 주장 목진석의 대국. 이세돌의 백10이 서반의 이채였다. 흑11로 일단 뛰어나온 것은 당연하다. 이수로 참고도의 흑1에 파고드는 것은 백2로 봉쇄되어 흑의 불만이다. 여기서 이세돌의 신수가 등장했다. 백12가 그것. 목진석은 때이른 장고에 빠졌다. 이세돌은 1983년 생이고 목진석은 1980년 생. 목진석은 2단 시절 롯데배한중대항전에서 중국의 녜웨이핑을 꺾어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2007)에는 연간 최다대국과 최다승수의 신기록을 세워 다시 한번 각광을 받았다. 한중대항전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관심이 커진 목진석은 그후 중국어를 본격적으로 배워 이제는 능통한 회화실력을 자랑하게 되었고 중국리그에도 진출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최근에는 신곡을 취입해 가수로서의 자질까지 보여주었다. 파크랜드의 멤버는 목진석, 안조영, 이영구, 김환수였고 한게임의 멤버는 이세돌, 강동윤, 류재형, 홍민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