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옐런이 선택된 이유


세계의 관심을 모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ㆍ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재닛 옐런 현 부의장이 지명됐다. 그는 연준 100년 만에 첫 여성의장이라는 타이틀에 이어 아마도 변곡점을 맞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한 명의 여성으로 기록될 것이다.

많이 쇠락했지만 여전히 슈퍼파워인 미국의 경제를 주무르고 기축통화인 달러의 공급과 금리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연준의장은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린다. 버냉키 의장이 지난 5월 이후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자 글로벌 자금들의 대거 이동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신흥국들의 경제가 흔들린 사실은 연준의장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대변한다. 한국 경제 역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보다 연준의 정책에 더 휘둘리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국 대통령이 연준의장을 지명하면 상원은 신속하게 인준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지난 34년간 세 명의 연준의장 지명은 모두 그렇게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옐런의 지명은 달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의 이너서클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역임해 호흡이 잘 맞는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후임 연준의장으로 선호했다.

그러나 여론의 흐름은 옐런 쪽이었다. 양자를 놓고 격렬한 찬반 논쟁이 있었다. 급기야 수백명의 경제학자들과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이 옐런을 지지하는 편지를 백악관에 보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논란 속에 서머스는 지명을 고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고 오바마는 옐런을 차기 연준의장으로 지명했다. 결과적으로 오바마가 가장 선호하는 선택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의 선택이 좌절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미 여론이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이자, 존 베이츠 클락 메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경제학자인 서머스 대신 옐런을 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커리어보다 어떤 인물인가가 더 중요


옐런이 '비둘기파'로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미국 사회의 그에 대한 지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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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 이후 쏟아져 나온 미 언론들을 살펴 보노라면 옐런에 대해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점은 고용 문제에 대한 그의 천착이다. 경제학자로서 또 백악관ㆍ연준에서 일하면서 옐런은 실업 문제라는 필생의 연구과제를 놓은 적이 없다. 그와 남편인 조지 애컬로프 교수는 1980년대부터 임금의 경직성을 간파했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소비와 기업의 수익이 늘어나면 고용증대로 귀결된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러한 관점은 연준 부의장으로 활동하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미국의 한 유력언론은 이에 대해 '옐런은 지난 30년 동안 실업률이 높을 때 연준은 (이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지닌다'라는 견해를 강조해왔다고 표현했다. 이는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은 결국 인플레이션만 유발하는 '악마와의 키스'라는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통화론자들의 견해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미국에서 금융위기 이후 사라진 일자리는 800만개에 달하지만 이제 겨우 절반 남짓 되돌아왔을 뿐이다. 일자리의 질 또한 문제다.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는 주로 서비스업의 판매직 등에 그치고 있다.

중산층 복원은 현재 미국 사회가 당면한 과제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풀어감에 있어 옐런이 연준의장으로서 적임자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새 한은 총재 시대적 과제 인식 있어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내년 3월이면 끝남에 따라 새로운 총재에 대한 인선이 조만간 진행될 것이다. 역대 한은 총재들의 선임과정에서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과제와 이를 풀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작업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한은 총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어떻게 통화정책에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의 과정이 없었다. 이 때문에 역대 한은 총재들은 그가 펼친 통화정책보다는 최고권력자와의 관계로 규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김 총재만 하더라도 취임 때부터 정치적으로 자유롭지 못했으며 김 총재의 전임인 이성태 총재 또한 그의 정책보다는 '대통령의 고교선배'라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지금은 고도로 글로벌화되고 급속한 자본의 이동이 당연시되는 시대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통화정책을 이끌려면 탁월한 전문성과 함께 시대적 비전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 한은의 정치적 중립, 독립성 확보 등도 물론 소중한 가치다.

새 한은 총재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를 논의하고 새로운 인사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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