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1월 12일] 시장의 실패와 중국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요즘 사회주의에 대한 자긍심이 드높다. 이들은 미국 대형 금융업체의 잇단 붕괴가 미국식 카지노 자본주의의 실패이며 중국은 사회주의 덕분에 탐욕이 초래한 금융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중국 서점가에서는 공산주의의 바이블 격인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고 미국 금융 자본주의의 필연적인 실패를 그린 피터 시프의 ‘달러 대붕괴’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내재적인 결함을 찾고 제3의 길을 모색하고자 하는 중국 지식인들의 지적욕구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중국의 시장주의 개혁과 대외개방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개혁 반대론자들은 “미국과 유럽이 앞다퉈 시중은행에 자본을 수혈하고 금융기관을 국유화하는 것만 봐도 국유화의 우월성은 이미 입증된 것”이라면서 “중국이 시장화 개혁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개방론자들은 미국 금융시장의 일부 실패는 인정하더라도 시장만큼 경제에 활력을 주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정부가 시장의 기능보다 더 나을 수 없다는 것은 지난 200여년간 인류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면서 “계획경제로의 회귀와 정부의 통제 강화, 기업의 재국유화 등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에서는 지난 1980년대 말에도 시장의 실패를 둘러싸고 ‘성사성자(姓社姓資)’논쟁이 불붙었었다. 1978년에 시작된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심각한 경기침체에 물가폭등이 겹쳐 사회혼란이 가중되다가 급기야 1989년 천안문(天安門)사태라는 파국적인 사태까지 빚어지자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세력에 잠시 힘이 실렸다. 그러나 ‘개혁개방의 전도사’인 덩샤오핑이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시장주의 개혁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성사성자’ 논란은 일단락됐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사회 일각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향수가 살아나고, 일고 있지만 1980년대 말 ‘성사성자’ 논쟁과는 달리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중국은 돌이킬 수 없는 시장화의 길에 들어섰고 이를 의심하는 중국 지도자는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사롭지 않은 현상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산둥(山東)성의 르자오(日照)철강이 산둥철강에 인수되면서 민영기업으로는 최초로 국유화됐으며 중국의 국민 여배우 궁리(鞏悧)는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 아직도 중국은 시장화와 자유화를 위해 가야 할 길이 더 남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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