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글로벌뱅크로 가자] <8> 수수료, 시장논리에 맡겨라

예대마진보다 비이자수익 늘려야<br>국내銀 비이자이익 18%…선진국 절반도 안돼<br>수수료 현실화 필요속 여론 부담, 인상 힘들어<br>보험·증권업무 등으로 수수료 수익원 다변화를

현금입출금이나 송금 수수료를 조금만 인상해도 고객들에게 부담이 된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는 대고객 수수료를 점진적으로 현실화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김동호기자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등 미국의 대형 상업은행은 국내 은행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대이자, 국내 은행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모델이 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은행들은 선진은행들이 지향하는 수익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예대마진을 겨냥한 이자수익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에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의 은행들은 지난 2003년 43.7%를 비이자부문에서 수익을 올렸다. 미국의 상업은행 가운데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은행의 경우 비이자이익은 전체 이익의 46%에 달한다. 이들에 비해 투자은행업무를 적게 하고 있는 10억달러 미만의 지방은행들도 지난 2003년말 비이자이익비율이 28.9%를 기록했다. 미국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15.3%에 달하고, 10억달러 이상 대형은행들의 경우 16.0%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19개 은행은 총 8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총자산순이익률(ROA)와 ROE는 0.85%, 15.16%로 전년에 비해 각각 0.17%포인트, 3.41%포인트가 높아졌다. 겉으로만 보면 미국 은행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수익구조를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81.8%에 달하는 데에 비해 비이자이익은 18.2%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행스런 점은 이자수익 비중이 지난 2000년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99.5%를 차지한 것에 비하면 빠른 시간내에 줄어 수익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사실이다. 비이자이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의 경우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3조6,681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818억원(18.9%)나 증가했다. 하지만 총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 은행들에 비해 매우 작다. 미국 상업은행의 경우 2003년말 현재 총이익에서 수수료이익이 27.7%를 점한 것에 비해 국내 은행은 작년말 현재 11.3%로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여전히 예대마진을 통해 대부분의 이익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의 수익구조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앞으로 글로벌 뱅크로 도약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다. 하지만 수수료 수익을 높이기 위한 은행의 체질 개선이 그리 쉽지 않은 게 은행들의 현상황이다. 최근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이익이 늘어난 것은 방카슈랑스, 수익증권판매, 자산유동화관련 수수료 등이 증가한 데에 힘입은 것이다. 현금 입출금이나 송금 등 일반고객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대고객수수료)는 규모상으로는 소폭 늘었지만, 그 비중은 줄었다. 대고객수수료가 총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1년 7.3%에서 2002년 6.9%, 2003년 6.8%로 낮아졌다. 은행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대고객수수료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고객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대고객수수료를 무작정 원가에 맞춰 올리기 힘든 실정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과거에는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냈기 때문에 각종 수수료는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저금리에 기업들의 유동자금이 풍부해지면서 은행들이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수수료는 원가에 맞게 매겨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객들의 수수료에 대한 민감도는 강해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1992년 미국 소비자가 거래은행을 바꾼 원인을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은행을 바꾼 고객 중 30% 이상이 은행의 수수료 징수방법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도 최근 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에 일반예금으로 작은 돈을 맡겼다가 무통장으로 송금을 할 경우 높아진 수수료 때문에 이자수익을 거의 포기하거나 원금을 손실 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는 은행의 인력이나 시스템 가동 등에 따른 원가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를 현실화 시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소비자보호단체 등에서 은행이 힘이 없는 고객에게서만 수수료를 챙기려고 한다고 비난할 경우가 가장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은행 수수료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막아온 금융감독당국도 이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수한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금융지도팀장은 “현금 입출금이나 송금 등의 수수료는 조금만 인상해도 고객들이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은행들이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 같은 대고객수수료는 금리정책과 조화롭게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대고객수수료를 점진적으로 현실화 하되, 자본시장과 연계된 상품판매를 통해 수수료 수입을 늘려나갈 것을 제시하고 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외환송금, 수표발행, 공과금수납, 어음교부 ?수수료가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비이자서비스의 점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방카슈랑스, 적립식펀드, 수익증권 등 자본시장과 연계된 상품판매를 통해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원가분석시스템의 선진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헌용 남서울대 경영세무학부 교수는 “세계적인 은행의 추세가 유니버셜뱅크로 가고 있기 때문에 보험과 증권 등의 영역에서 수수료 수익을 확대해야 한다”며 “은행이 기존 은행업무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수수료 수익이나 가상대여금고, 비금융수수료 등으로 수수료 수익원을 다변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고객들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을 추구할 것을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고객을 금리민감고객, 수수료민감고객, 서비스민감고객 등으로 구분하고 어느 쪽의 비중이 높은가에 따라 은행 및 점포별로 전략을 차별화 해야 한다”며 “선진 은행들이 이 같은 세분화된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조영훈차장 박태준기자 최인철기자 조영주기자 김정곤기자, 서정명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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