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20일] 에밀 라테나우


에밀 라테나우(Emil Rathenau). 독일의 거대기업 아에게(AEG AG)를 일군 사람이다. 돈도 많지 않고 원천기술도 없었지만 미래를 보는 눈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 후발 공업국인 독일의 2차 산업혁명(전기ㆍ화학)도 이끌었다. 베를린의 유대계 상인 집안에서 1838년 태어난 그의 출발점은 기계기술자. 취리히공대 졸업 후 영국의 선박용 기계공장에서 일하다 1865년 귀국, 소규모 기계공장을 차렸다. 증시활황을 타고 기업을 공개한 라테나우는 주가가 오르자 지분을 모두 팔았다.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이때가 1873년 유럽 대공황 1년 전. 적시에 증시를 빠져나온 그는 1876년 필라델리아박람회에서 알렉산더 벨의 전화기를 보고 유럽 사업권을 사들였다. 문제는 독일 정부. 자본도 취약하고 검증도 안 된 신기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부를 끈질지게 설득해 20개 주요 부처를 연결하는 전화망을 무료 가설한 후에야 보급권을 따냈다. 전화로 순항하던 그의 다음 사업은 전구. 에디슨의 특허권을 매입해 에디슨도이치를 설립한 그는 은행 대출을 얻어 독일 내 전기시설 공사의 대부분을 맡았다. 1887년 회사 이름을 AEG로 바꾼 뒤에는 전기의 실용화에 주력, 세탁기와 전기난로ㆍ다리미ㆍ주전자ㆍ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속속 내놓았다. 유럽 전기ㆍ가전의 역사가 그로부터 나온 셈이다. 라테나우가 1915년 6월20일 50세를 일기로 사망하고, 1차 대전에서 전시물자국 책임자로 일하다 전후에는 독일 외무장관으로 활약한 아들 발터 라테나우도 1922년 암살 당했지만 AEG는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존속한다. 기업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본보기 격이다. 한국에서는 반대로 기업이 죽어도 기업인은 살아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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