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사자성어 중 ‘사상누각(沙上樓閣)’이란 말이 있다. ‘모래위에 지은 집’이란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기초가 견고하지 못하면 오래 견디지 못함을 뜻한다. 이 보편적 진리는 공학적 측면에서도 자명하게 증명된다. 기초학문을 토대로 학문이 발전되듯이, 첨단공학의 밑바탕에는 기초 또는 기반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산기반기술이란 도금, 열처리, 주조, 용접 등 소재를 가공하는 공정기술로서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의 품질 및 생산성을 좌우하는 핵심기반 기술이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3D 업종으로 인식되어 기술인력 감소로 인해 관련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그 빈자리를 단기 해외 노동자들로 대체하다 보니, 생산 기술력은 축적되지 못하고 제품 생산성과 신뢰성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저명한 공학자인 듀가(Duga J.J.)교수는 ‘미국의 기계적파손(Fracture)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 이란 논문에서 기계적 파손으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이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막대한 비용손실로 인한 산업경쟁력 약화뿐만 아니라 치명적 인명손실을 수반한다는 사실에서 심도있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부품ㆍ소재의 불량은 각각의 생산기반기술들의 복합적 결함에서 기인된다. 결과적으로 생산기반기술 인력의 경험과 기술력 부족으로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을 살펴보면, 자동차 제조업에서 생산기반산업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조선의 경우 선박 건조비용의 35%가 용접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는 조선산업이 세계 1위, 자동차산업이 세계 6위로 급성장한 저변에는 생산기반기술이 밑거름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들이 생산기반기술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그와 관련된 기업은 2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전체의 83%, 50인 미만이 95%로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기술력이 취약하고 개발도상국의 저가공세 및 원자재 가격의 급상승 등으로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생산기반산업의 세계산업 4강을 목표로 ‘생산기반산업 기술혁신전략’을 2003년에 세워 지난 4년간 기술개발, 연구장비 기반구축, 인력양성 등에 609억원을 지원해 왔다. 또한 생산기반분야의 발빠른 기술표준규격 개발 및 지원 등의 노력을 경주해왔다. 그러나 여러 주체들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생산기반분야에 대한 인식의 변화, 체계적 교육을 통한 원활한 인력공급, 첨단기술과의 접목 등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무려 5개월간 100여개의 기업과 200여명의 기술자 및 학생들이 열처리, 주조, 용접, 도금 분야별로 ‘생산기반기술경기대회’를 통해 그 기량을 겨뤄왔으며, 오늘 최고 기업ㆍ기술인으로 영예를 차지한 수상자들에게 정부포상 등으로 노고를 격려한다. 이러한 대회를 계기로 국민에게는 생산기반분야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술인에게는 더욱 큰 자긍심을 갖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집을 지을 때, 기둥, 바닥, 벽 등을 만들기 위해 틀을 만든 후 콘크리트를 부어 넣고 굳은 뒤 이 틀을 떼어내는데 이것을 거푸집이라고 한다. 앞으로 기술표준원은 국가 산업의 거푸집으로서 정확한 표준의 틀을 세우고, 기업들이 그 틀 속에서 단단한 기업체로 성장하고, 국민들은 더 나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