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통계는 밥이다

박형수 통계청장


(월요자)기고 박형수 통계청장


얼마 전 통계청에서 '생활 속 통계'를 주제로 내 삶을 변화시킨 통계 이야기를 공모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통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활용도와 접근 방식에 매우 놀랐다. 지방 소도시의 아담한 동네 서점 주인에서부터 한우를 기르는 농부, 맞벌이를 하는 젊은 부부,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하는 중년 가장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통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능동적으로 자료를 찾아내 활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계 활용, 삶 변화시키는 사례 많아

아내의 건강을 위해 고향 바닷가로 돌아와 어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어떤 분은 꾸준히 데이터를 수집해 자신만의 통계 자료를 구축한 경우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도와 배에 올랐던 경험만 믿고 수년간 변화해 온 바다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통계를 활용해 끈질기게 바다와 교감하며 마침내 자신만의 바다 지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어종과 조업 지역의 환경을 철저히 분석했고 수협 위판장에서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는 요일과 시간대까지 정리했다. 또 어종에 따른 수족관 온도와 횟집에 싱싱한 횟감을 배달하기 위한 방법까지 그는 살아 있는 데이터들이 모여 어떻게 유용하고 의미 있는 자료가 완성되는가를 보여줬다. 앞으로 바다 환경에 따라 통계 내용은 변하겠지만 통계가 주는 편리함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통계를 믿고 계속 조업에 나설 것이라는 그의 포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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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은퇴 후 노후 대비를 하는 중년 가장과 양육비와 내 집 마련 자금을 준비하는 맞벌이 가구의 남편이 보내온 수기도 놀라웠다. 그들은 모두 자신에게 어떤 통계 자료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면 좋은지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아내와 가사 분담률을 측정한 결과 자신의 가사 참여도가 낮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아내와 협의해 새롭게 분담률을 정한 남편의 사연에서는 통계가 가정의 평화도 지키는구나 하는 마음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렇듯 통계는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늘 의식하지는 못하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하루라도 통계 자료를 접하지 않는 날이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수기를 읽으며 '통계는 밥'이라는 생각이 더욱 커졌다. 기본적이고 흔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존재, 그리고 우리 삶을 풍요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행복의 도구, 분명 국가 통계가 걸어가야 할 길이며 지향점이다.

통계청에서는 다양한 통계 자료 2억5,000만 계열을 국가통계포털(KOSIS)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행정자료 등 개방 생태계 만들어야

심층분석을 위한 마이크로데이터는 5곳의 이용 센터나 온라인상에서 서비스 중이다. 각종 통계 정보를 지도 위에 구현하는 통계 지리정보 서비스(SGIS) 등 첨단 기법의 서비스도 국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용 가능하다.

앞으로 통계청은 행정자료 등 공공기관에서 생산한 통계 자료들을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통계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이런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이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생적인 통계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국민들의 역할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물론 국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통계를 활용해 삶을 바꾸고 매출 상승의 효과를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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