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헬기가 산산조각 나고 주변 건물의 유리창이 박살 나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17일 오전10시53분. 아파트와 학교 등이 밀집한 광주광역시 도심에 추락한 강원소방본부 소속의 소방헬기는 폭발로 순식간에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부서져 당시의 급박하고 참혹한 상황을 가늠하게 했다.
사고와 동시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면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헬기 동체의 파편들이 주변 100m까지 퍼지면서 근처 상가의 유리창이 깨지기도 해 사고 당시의 충격이 엄청났음을 보여줬다.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공중에서 빙그르르 돌다가 앞부분이 도로 주변 인도로 추락하면서 '쾅'하는 굉음과 함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졌다. 헬기 본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동체 일부와 바퀴만 현장에 나뒹굴었다. 사고 헬기는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료가 많았을 가능성이 높아 폭발이 더 강력했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격자는 "헬기가 공중에서 굉음을 내며 비틀거리듯 4~5초가량 선회하더니 땅으로 거의 수직으로 곤두박질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는 17∼23층의 고층 아파트 6개 동이 자리하고 있다. 사고 현장 바로 옆에는 중학교, 그 옆으로는 고등학교와 초등학교까지 인접해있고 도로 건너편에는 공원과 상가·교회 등이 있다.
하지만 헬기는 수천명이 거주하고 공부하는 아파트와 학교가 아닌 인적이 가장 드문 아파트 단지 옆 인도에 추락해 피해자를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바로 옆 20층짜리 아파트 건물과 수업 중인 학교에 추락했다면 더 큰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것이다. 헬기 조종사가 추락 직전까지도 최대한 추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인적이 없는 도로 주변으로 기체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주변 교차로에서 차량이 신호 대기 중이어서 오가는 차량은 없었고 행인도 많지 않아 더 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엄청난 충격과 동시에 파편이 사방으로 튀면서 놀란 주민들과 학생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한 시민은 "고층 아파트와 학교 밀집 지역에 헬기가 추락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공터에 떨어졌다"며 "조종사가 아파트나 학교 건물로 추락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애쓴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목격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헬기가 추락 직전에 불이 붙어 있었다는 점에서 기상이나 외부요인보다는 기기 결함이나 고장 등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당시 광주 지역은 비가 내렸지만 시간당 5㎜에 불과했고 바람도 초속 0.9m가량으로 돌풍이나 천둥·번개도 없었다. 헬기 자체도 제조된 지 13년밖에 안 돼 노후 기종도 아니다.
하지만 헬기가 멀리서 날아오는 순간부터 저공비행을 한데다 추락 전부터 불이 붙어 있었고 추락 직전에 4~5초가량 프로펠러 굉음을 내고 꼬꾸라지듯이 추락했다는 목격담을 고려하면 운항 중 갑자기 기체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사고 헬기가 10시49분 광주 비행장을 이륙한 지 불과 4분 만에 추락한 점 역시 기기 고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고헬기(A365-N3)는 2001년 4월 다국적 헬기 제조업체 유로콥터에서 제조돼 그해 8월 강원도 소방본부가 구조·구급용으로 도입·배치됐다. 무게 5,300㎏, 최대 속도 시속 287㎞, 항속시간 4시간 30분, 항속거리 860㎞, 연료탑재량 1,135ℓ 등이다. 기체 길이 11.63m, 높이 3.8m, 넓이 2m 등으로 응급의료장비(EMS)와 헬기탐색 구조장비(SAR-DF), 인명구조 인양기 등을 탑재한 구조·구급 전용 헬기다. 사고 헬기와 동일 기종의 소방헬기는 전국에 모두 3대가 배치돼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