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 "2분기 회복" "아직 멀었다" 논쟁
미국 경기전망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22일 2~3개월 뒤의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경기선행지수가 지난 1월 4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 0.8% 증가한 109.4를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이 지표의 해석을 둘러싸고 미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 명확히 갈라지고 있다.
빠른 경기회복을 주장하는 이들은 미 경제가 지난해 4ㆍ4분기에 이상한파, 에너지가격 상승 등 외부악재에 따라 크게 흔들렸지만 기업재고가 감소하고 소매판매가 늘어나면서 경기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주가하락, 기업설비투자 감소, 물가상승 등을 중시하는 이들은 경기회복세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경기저점 이미 지나
낙관론자들은 미 경제가 1ㆍ4분기에 바닥을 친 뒤 2ㆍ4분기부터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주장한다.
컨퍼런스보드의 이코노미스트 켄 골드스타인은 "미 경제는 단기조정을 마치고 현재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기침체 우려는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속적인 금리인하와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결합, 강력한 경기부양효과를 가져오리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미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7% 상승했으며 신규주택공사도 5.3%나 늘어나 소비심리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뱅크원의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올 하반기에 경기가 '미니 붐' 현상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지난해 4분기에 제조업체들이 수요감소, 에너지가격 상승 등에 따라 생산량을 2%이상 감소했지만 이미 재고가 예년수준으로 하락했으며 무엇보다 건설경기가 강력히 살아나고 있다는 게 스웡크의 지적이다.
월가 전문가들 역시 앞으로의 경기를 낙관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미 기업들의 순익이 올 상반기에 줄어들겠지만 3ㆍ4분기부터는 급증세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퍼스트콜/톰슨파이낸셜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S&P 500대 기업의 올해 수익전망을 조사한 결과,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6.8%와 17.3%씩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반짝 하락세를 벗어나 경기가 급상승할 수 있다는 낙관이다.
◇올해 안에 회복은 힘들어
장기호황의 원동력인 기업과 민간의 지출증가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게 'U자형' 또는 'L자형' 경기동향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거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미키 레비는 "'V자형' 경기회복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경제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단지 지난 1월 기업재고가 감소하고 소매판매가 늘어난 것을 강력한 경기회복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10년 가까이 소득보다 많이 지출해온 개인과 기업이 불과 몇 개월만에 씀씀이를 급격히 줄이기 힘들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레비는 물가급등, 과도한 부채, 생산성증가세 둔화 등이 단기간에 해소될 수 없어 민간소비 및 설비투자의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JP 모건 체이스의 주식 전략가 덕 클리고트는 '꽉 찬 벽장(full closet)' 효과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필요한 물건뿐 아니라 불필요한 물건까지 벽장에 가득 채워둔 이들은 이것이 소진될 때까지 더 이상 소비를 하지 않는다며 지난 10년간 왕성했던 소비 및 투자열기가 되살아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6개월 뒤의 경기상황을 반영한다는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코노미닷컴의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주식시장이 계속 침체되고 이로 인해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상황은 매우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1월 경기선행지수가 상승하리라는 점은 예견된 것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면서 2월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호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