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 채용 '마케팅 능력·지역연고' 우선

달라진 은행 채용풍속도<br>명문대 졸업·토익 고득점자 선호 탈피<br>'지방 할당제' 활성화로 퇴사율 낮추고 전문가 우대 등 '맞춤형 인재' 선발 늘어

은행원 채용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은행들이 명문대를 졸업하고 토익 900점 이상의 고득점자를 선호했지만 이제는 영업을 잘하고 지역연고가 있는 사람을 먼저 보는 경향이다. ‘열린 채용’을 실시, 관심을 모았던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신규 채용인력 100명 가운데 이른바 명문대 출신은 손에 꼽히고, 합격자 배출 대학이 30개에 달할 정도로 골고루 퍼져 있다. 따라서 ‘은행 입행은 더 이상 명문대 순이 아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이 보는 첫번째 포인트는 ‘마케팅 능력’. 금융권역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면서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 선호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여름에 ‘지방할당제’를 실시해 전체 131명 가운데 51명을 지방 점포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지방대 출신을 채용했다. 전문 분야별 세분화된 채용도 변화된 모습이다. 개인영업과 기업금융을 구분하는 채용이 정착됐고 지역전문가를 별도로 채용하기도 한다. 신한은행은 개인영업과 기업금융, 자금과 종합금융, IT 등 배치 분야를 세분화해 채용단계부터 인력을 선별하고 있다. 채용방식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외환은행은 자기소개서에 의한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며 찬반토론과 발표(프레젠테이션)능력을 중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아예 1박2일 합숙으로 실시되는 ‘실무자 면접’ 과정을 통해 공동작업과 게임ㆍ발표능력ㆍ상품기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질적인 당락을 결정한다. 전문인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새로운 경향. 변호사 자격증, 해외 MBA 등 우수인력이 신입행원모집에 응하지만 이들이 반드시 입행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계사와 세무사ㆍ재무관리사 등 경제 분야의 전문인력이 선호된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세무사 7명과 회계사 9명을 선발했다. 외환은행의 올해 5월 공채에서도 미국공인회계사 1명, 파이낸셜플래너 2명, 선물거래상담사 2명, 증권투자상담사 4명, 국제무역사 1명, 공인중개사 1명 등 모두 13명의 전문자격증 보유자가 입행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에서도 최근 지역전문가 20명을 선발하면서 미국공인회계사 3명, FRM(재무관리위험자산관리사) 1명을 뽑았다. 까다로운 입사조건에 수백대1의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사에 성공한 만큼 ‘신입행원 만족도’도 높아지는 경향이다. 이는 신입행원 퇴사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은행에 2005년에 입행한 99명 가운데 중도 하차한 인원은 7명에 불과하고 올해 입행자 209명 중 퇴사자는 3명에 그쳤다. 신한은행에서는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입행한 914명 가운데 퇴직자는 47명에 불과했다. 최기의 국민은행 인사부장은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막대한 연수 및 교육비를 투입하지만 예전에는 신입사원 퇴사율이 평균 10%에 달했다”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퇴사율이 1% 미만으로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은행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취입 재수생도 늘고 있는 추세. 신한은행의 지난해 입행자 547명 가운데 재수를 통해 입행한 직원은 40명에 달하고 있다. 이동은 우리은행 인사부 과장은 “금융권에 입사하려면 최근의 금융시장 여건이 치열한 경쟁 속에 경쟁 범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마인드와 금융 부문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일정한 자격증을 소지했다면 입행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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