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경부의 빗나간 판단

북한핵문제가 위기상황으로 치닫던 지난 2월 4일 재정경제부는 이례적인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라크 전쟁, 북핵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월스트리트 저널`등 주요 외신들은 한국경제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재경부가 소개했던 주요 외신의 내용 중 몇 가지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투자자들은 북핵문제에 동요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지난 94년 북핵위기 당시처럼 한국 증시는 상승세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파이낸셜 타임즈 1월23일자). “북한문제와 유가등급 우려에도 불구하고 5년내에 한국의 신용등급은 최상위 등급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비즈니스타임즈 1월 13일자). 특히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북핵문제가 한국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무디스의 한 애널리스트 말을 인용했는데, 이는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이 여전히 긍정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경제현실은 어떤가? 재경부가 보도자료를 발표한 일주일 후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두단계 하향조정했다. 외신까지 동원해 우리경제가 북핵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던 재경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이 최근 2개월 동안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회수가 급속히 전개되고 있다. 이에 영향을 받은 종합주가지수는 2년만에 550선이 붕괴됐으며 코스닥지수도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회수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지난 2월 재경부를 방문한 앤 크루거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북한의 핵 문제가 한국내부에서 보다 외국에서 더 심각하게 평가되고 있다”며 한국의 안일한 대처를 경고한 바 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안보상황은 매우 위험하며, 안정적 투자기반을 유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흔히 안보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튼튼한 안보의 기반이 없이는 안정된 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는 북핵문제, 주한미군의 감축 및 한강이남 철수 계획 등 최악의 안보위기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회수는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한국경제의 투자여건 악화에 큰 몫을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인 든다는 점이다. 북핵문제를 둘러싼 긴장과 위협을 지나치게 축소평가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굳건한 안보적 뒷받침이 없이 불확실한 경제정책만으로 오늘의 경제위기를 진정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다시 한번 냉철히 되짚어 볼 일이다. <박진(국회의원ㆍ한나라당)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