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국형 헤지펀드 정착을 위한 과제

한국형 헤지펀드시대가 열리게 됐다. 높은 레버리지(차입)를 통해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토종 헤지펀드 12개가 23일 출범한다. 자본시장 선진화 차원에서 도입되는 한국형 헤지펀드 규모는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9개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12개 정도의 헤지펀드가 선을 보이고 펀드당 규모도 40억~470억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규모는 당초 예상치 5,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1,4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헤지펀드 조성이 부진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신뢰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비록 출발은 초라하지만 풍부한 유동성에 비해 마땅한 투자처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면 헤지펀드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형 헤지펀드 규모는 오는 2016년 10조~24조원에 이르고 10년 후에는 최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우선 수익률을 비롯해 건실한 실적을 통한 신뢰기반 구축이 중요하다. 전세계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헤지펀드는 1만여개나 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패할 경우 금융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충격을 주기도 한다. 차입한도를 펀드 자산의 400%로 제한하고 개인의 최소 투자액을 5억원 이상으로 한정한 것도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헤지펀드의 성패는 고도의 금융기법을 갖춘 전문인력과 고수익성 투자 대상을 선별할 수 있는 정보력에 달려 있다. 둘 다 단기간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보상체계를 통해 전문인력을 꾸준히 확충하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의 정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투자자의 선택과 책임을 바탕으로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될 때 헤지펀드는 최대 성과를 낼 수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순조롭게 뿌리내려 국내 금융산업 선진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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