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제일모직 청약 30조 몰려] 돈 왜 몰렸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핵심 고리'

사업분야 다양해 장밋빛 전망도 한몫


제일모직의 공모주 청약에 사상 최대의 자금이 몰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출발점이다. 당연히 기업가치 외에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따른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의 지분 7.55%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032830)의 2대 주주(지분 19.3%)가 제일모직이다. 이러한 지분 관계를 통해 삼성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제일모직이 사실상 그룹 전체의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지배구조로 인해 제일모직은 '삼성가 3세'의 지분율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및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 8.37%씩 확보한 상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3남매가 가진 지분만 41.84%(상장 후 38.6%)에 달한다. 이를 통해 삼성가 3세는 그룹 내에서 가장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다.


문제는 현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규제 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일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기준을 기존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액(시가평가)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보유지분 중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제일모직에서 삼성생명, 삼성생명에서 제일모직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가 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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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일모직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키면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 및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보다 탄력적인 대처를 할 수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기업의 경우 분할 및 합병 시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현물출자 등도 쉽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제일모직의 상장은 지배구조 재편과정에서 그룹 내 계열사를 붙이고 떼어내는 작업을 용이하게 진행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제일모직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및 경영권 승계 문제의 향방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의 사업 분야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제일모직의 사업은 패션, 건설(건축·환경개발), 레저(테마파크·골프장), 식품(단체급식·식자재 유통)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여기에 제일모직이 지분 45.65%를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 분야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되고 있다. 양형모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이 그룹 차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고 있는 바이오 관련 계열사를 삼성전자와 함께 영위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라며 "나머지 사업영역 역시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갖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제일모직에 대한 증권사별 목표주가는 하이투자증권이 10만원으로 가장 높다. 이어 키움증권이 9만1,000원, LIG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은 7만원을 각각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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