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퇴직연금 DC형으로 갈아타기 빨라진다

수익률 낮은 DB형서 이탈… 2년 만에 두배로 성장

근로자 "1%라도 더 "선호


국내 대형 상장사인 A기업은 최근 들어 분기마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을 불러 회사 내에 부스를 설치하고 직원들에게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고 대부분 직원이 확정급여형(DB)에 가입했다. 이후 이 회사의 퇴직급여충당금은 1,000억원에 육박한 가운데 퇴직연금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면서 추가 적립금 규모가 늘어나고 있었다.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해 이 기업은 DC형 가입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들의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이 DC형으로 이탈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DC형은 최근 2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하는 등 덩치를 키우고 있고 저금리 시대 노후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C형 상품의 적립금 규모는 9월 말 기준 20조4,62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23%에 해당하는 수치다. 2년 전인 2012년 9월 말(10조1,995억원) 대비 2배 이상 몸짓을 키우며 퇴직연금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DB형의 적립금은 60조633억원으로 전체 비중이 올해 들어 70% 아래로 떨어졌다.


DB형은 근로자가 퇴직시 수령할 퇴직급여가 근무기관과 평균임금에 의해 사전적으로 확정되고 DC형은 기업이 정해진 부담금을 정기적으로 납입하고 근로자가 자기 책임하에 운용한 성과에 따라 퇴직급여가 결정된다. DC형은 기업 입장에서 초기 부담이 있지만 이후 성과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책임을 지기 때문에 충당금 등 재무적 부담이 DB형 대비 상대적으로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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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전문가들은 기업들이 DB형의 주요 편입 상품인 예금 금리 하락으로 수익률이 임금상승률 이하로 맴돌자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DC형으로 전환하거나 전환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DB형은 퇴직금 운용수익을 기업이 책임지는 구조로 운용수익률이 임금상승률보다 낮아지면 그 차이를 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또 근로자 입장에서도 수익률 저하로 인해 단 1%라도 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DC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 최근에는 퇴직연금 가입 회사 중 대부분이 DB형보다는 DC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C형만을 단독으로 도입한 사업장이 전체의 53.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DB만 단독 도입한 경우는 30.5%에 그쳤고 DB와 DC 동시 도입은 2.7%였다. 또 DC만 단독으로 도입한 기업은 6월 말 대비 4,502개사가 늘어났고 DB만 단독으로 도입한 기업은 2,097개사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DC형 단독 도입 기업 증가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DC형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범진 삼성증권 퇴직연금 운영팀 차장은 "기업 입장에서 퇴직금 충당금이 쌓일수록 재무제표상 부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익이나 배당 등에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최근 금리가 낮아지면서 적립금에 대한 역마진이 커지는 가운데 기업들의 DC형 전환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또 "개인 입장에서도 회사 생활을 오래 할수록 임금 상승률이 줄어들고 대기업 중심으로 정년이 연장되면서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오히려 임금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어 DC형이 유리해지고 있다"며 "임금상승 폭이 작은 40대 이상 직장인들의 DC형 전환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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