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社중 99%넘게 조작 가능지난 99회계연도에 외부감사를 받은 기업들이 전기오류수정손익으로 잡은 규모가 1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 상당수의 기업이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는 제조업체 7,509개사가 99회계연도 전기오류수정손익 항목을 통해 이익 또는 손실로 잡은 규모는 총 9조7,86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분식가능성이 큰 전기오류수정손실이 7조2,389억원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외부감사대상기업 가운데 99.4%인 7,468개사가 이 항목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97연도에는 전기오류수정손실이 2조4,788억원이었는데 98년에는 무려 7조6,854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는 98회계연도에 이 항목의 계상금액이 급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전인 97년에 경기가 급랭하면서 기업들이 이익을 부풀렸다 이를 다음 회계연도에 이 항목으로 털어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오류수정손익이란 전년도 회계처리상 실수 또는 분식회계 등으로 잘못된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대차대조표상의 전기이월 이익잉여금에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98년 동아건설은 그전까지 분식의혹이 있는 7,000만여원을 이 항목을 이용해 털어냈다.
이와 관련해 김문철 경희대 교수와 황인태 중앙대 교수(현 금융감독원 전문심의위원)는 96년 '전기손익수정항목을 통한 이익조정행위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결산이익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이 항목을 이용해 이익을 늘려왔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전기오류수정손익 항목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워낙 많아 이 항목을 이용해 분식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쉽지 않다"며 "한때 이 항목을 특별손실로 처리, 다음해 손익에 반영하기도 했으나 국제 관행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 지금은 손익계산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