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들을 영웅이라 부르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도록 허락한다. 하지만 영웅들은 흔히 생각하듯 반드시 완벽한 존재일 필요는 없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폴 존슨은 평범한 사람보다 못한 면이 있어도 영웅적인 인물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영웅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서른 명의 역사적 영웅의 삶을 소개한다. 그가 꼽은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영웅이라 부르기에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이들이 눈에 띈다. 잔 다르크ㆍ엘리자베스 1세ㆍ조지 워싱턴 등은 당연히 영웅이라 불러 마땅하지만 마를린 먼로ㆍ메이 웨스트ㆍ패멀라 베리 등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할리우드에서 ‘섹스심벌’로 통했던 마를린 먼로와 남성 편력으로 유명했던 메이 웨스트, ‘파티의 여왕’이라 불렸던 사교계의 마당발 패멀라 베리가 영웅으로 꼽힌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먼로의 인생을 한마디로 ‘자신의 매혹적인 몸을 두고 벌이는 애처로운 사투였다’고 정의 내린다. 먼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섹스 심벌로만 바라보는 것을 알면서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설계했다. 먼로는 결국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에서 방황하다가 약물남용으로 최후를 맞았지만 그 모습 자체가 ‘영웅적인 면모’라고 설명한다. ‘마지막 정치 파티 주최자’인 패멀라 베리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영웅과 닮은 꼴이라는 것. 자신의 능력을 믿고 파티를 설계하고 주최하면서 이를 평생 지켜나간 것만 봐도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범적인’ 영웅도 소개된다. 대표적인 인물로 헨리 5세와 잔 다르크를 꼽는다. 헨리 5세는 잉글랜드 역사를 통틀어 오점이 없는 단 한 사람으로 지목됐고, 잔 다르크는 카리스마 넘치는 여전사이자 초인적인 국가 영웅으로 묘사됐다. 이밖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에서 마거릿 대처, 교황 바오로 2세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인물들을 다양한 인간군상과 비교해 생생하게 그려낸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