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현대차 10년만의 무파업 타결

현대자동차 노사가 10년 만에 파업 없이 올해의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87년 창립된 이후 94년을 제외하고는 연례적으로 파업을 해왔기 때문에 무파업 타결 자체가 하나의 큰 화제다. 올해만 해도 지난 6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반대하는 파업을 했고 회사 측 추산으로는 지난 20년간 총 349일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액이 11조원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의 노조로서 민주노총의 전위대 부대 역할을 해오던 현대자동차 노조가 연례적으로 되풀이했던 ‘협상-결렬-파업-타결’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버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현대자동차 노사의 무파업 타결은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에 현대자동차 노조가 산별노조로 전환되면서 산별교섭 구조와 관련된 노사 간의 이견이 상당했기 때문에 올해 현대자동차 노사협상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었다. 특히 예년과는 달리 현대자동차에 앞서 교섭이 타결된 기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가 산별교섭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 없이 교섭을 완료함으로써 산별교섭이 현대차의 순조로운 교섭을 가로막지 않을까 우려됐었다. 현대자동차의 이번 무파업 타결에는 무엇보다도 여론의 힘이 매우 컸다. 고질적이고 연례적인 파업으로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줘 고심하던 울산지역 음식점 주인들과 개인택시 기사들은 ‘음식값을 10% 할인해 주겠다’ ‘현대자동차를 구입해 주겠다’는 선언을 하며 무파업을 촉구했다. 올해 초 시무식에서 현대자동차 사장 폭행사건으로 현대차 불매 운동이 벌어질 정도로 악화된 여론이 현대차 노사로 하여금 올해만큼은 파업 없이 교섭을 끝내도록 하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 됐다. 예년의 경우 노조는 표면적으로 협상에 최선을 다한다고 천명하지만 실제로는 ‘선파업 후협상’이라는 전략을 써왔으나 올해는 매우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된 후에도 회사 측의 본 교섭 제의를 받아 들여 파업을 일단 유보하는 결정을 했다. 회사 측도 노조 측에 질질 끌려 다녔던 예년과는 달리 동종 업계의 타결 수준을 뛰어 넘는 조건을 미리 제시함으로써 회사 측의 교섭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을 일반 조합원들에게 인식시켰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번 무파업 타결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올해의 무파업 타결로 연례행사화된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 대외 신인도 및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라는 파업악몽을 벗어나 세계 속의 일등 현대자동차로 도약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시대에는 일등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지난 50여년간 세계 1등을 자랑하던 GM을 제치고 선두의 자리로 올라선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사장은 5월의 신차발표회장에서 ‘도요타는 아직 최고가 아니다. 여전히 발전 단계에 있다’고 선언해 도요타 자동차의 중단 없는 혁신을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번 교섭에서 조합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한한다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신차종의 개발시 생산 공장 및 생산량을 노사가 공동으로 심의ㆍ의결하는 것 등에 합의함으로써 일부에서는 무파업 타결을 위해 회사가 노조에 지나친 양보를 했다고 보고 있다. 회사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합의가 현대자동차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최선의 길은 노사가 합심해 세계 1등 자동차 회사를 만들어 조합원의 고용안정을 걱정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번 무파업타결을 계기로 과거의 불신과 앙금을 털어버리고 합심해 국민들이 자랑하고 사랑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으로 도약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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