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페이스북 앱에 접속해 새로 업데이트된 소식을 확인한 뒤 트위터로 오늘 아침의 이슈를 탐독한다. 이어 포털 사이트에 업데이트된 뉴스를 읽고 또 RSS리더를 통해 받아보는 뉴스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내게 유용한 정보를 '즐겨찾기' 혹은 '북마크' 하거나 '좋아요' 등의 댓글을 다는 등 일련의 활동을 통해 정보를 재배열 한다. 쓸모 없는 것들도 많지만 나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실시간으로 갖가지 소식을 확인하는 것, 이것은 어느새 스마트기기 이용자들의 생활습관이 됐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조망하는 이 책은 정보가 폭주하는 시대에 무엇이 양질의 정보인지 알지 못한 채 휩쓸리는 사람들, 과도하게 전달되는 정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에게 매우 유용한 통찰력을 전한다. 누구나 정보를 생성ㆍ발신할 수 있는 시대라 지식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가치 있고 정제된 정보를 찾기란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저자는 '큐레이션(Curation)'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큐레이션의 정의는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하고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수집되기 전에는 광대한 노이즈의 바다에 표류하고 있던 단편적인 정보들이 큐레이터에 의해 끌어 올려져 의미를 부여 받고 새로운 가치로 빛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디지털 미디어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보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고 있고 그런 맥락에서 큐레이션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션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한다. 비주류 음악인 '월드뮤직'의 프로모터, 이름없는 노인의 낙서에서 새로운 예술을 발견한 작가, 평범한 사물에 공감의 이야기를 불어넣은 안경점 주인을 책 속에 등장시킨다. 그런가 하면 낭만적인 화가가 아닌 아방가르드 작가 샤갈을 조명한 미술관 큐레이터, 정신병자들의 그림을 아웃사이더 아트(Art Brutㆍ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미술)로 끌어올린 정신과 의사들을 비롯해 독자의 참여를 통한 기성 언론을 뛰어넘은 인터넷 뉴스 매체 '허핑턴 포스트(The Huffington Post)' 등을 소개해 주류 언론과 학계, 대중과 다른 자신만의 눈으로 만든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지금은 '큐레이터'가 미술관 전시기획자를 지칭하는 용어 정도로 쓰이지만 앞으로는 큐레이터가 필요한 분야가 점점 더 다양해 지고, 또 디지털 환경의 변화로 보다 이용하기 쉬운 큐레이션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다. 나아가 "큐레이션은 문맥 구축의 민주화이고 시민 주도, 이용자 주도의 인터넷 사회 구축에 큰 무기가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