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후계구도 타격받나" 곤혹속 촉각

재계 "반기업 정서로 이어져선 안돼"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인데다 앞으로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 부자에 대한 검찰 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삼성은 일단 이번 판결로 경영권 상속의 근간인 이 상무의 에버랜드 주식 인수에 대한 정당성이 훼손되는 등 이미지에 상당한 상처를 입게 됐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X파일ㆍ금융산업구조개선법 논란의 와중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적지않은 타격이다. 재계도 이번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상장주를 통해 2~3세에게 경영권을 상속했거나 이를 계획하고 있는 다른 재벌 기업들도 이번 판결의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 경영권 승계 근간 흔들리나=삼성은 법원이 이재용씨가 에버랜드 CB 인수를 통해 사실상 그룹의 후계자로 떠오른 부분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를 삼았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삼성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식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의 25.64%를 갖고 있고 나머지 에버랜드 지분 중 이재용씨가 25.1%, 이건희 회장의 세 딸인 이부진ㆍ서현ㆍ윤형씨가 각각 8.37%씩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이날 지난 96년 이뤄진 에버랜드 CB 배정과정에서 발행가격이 너무 낮아 기업에 970억원이 넘는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일부 인정함에 따라 이 지분 인수 과정의 ‘정당성’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따라서 앞으로 이 문제가 오너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편법 지분취득’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으로서는 검찰이 이번 판결을 고리 삼아 이건희 회장 부자에 대한 소환 등을 통해 수사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점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가뜩이나 X파일 사건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정서법’이 더욱 악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곤혹스런 삼성 “항소 여부 검토”=그동안 “CB 인수는 주주들 스스로의 판단인데다 이로 인해 회사에 끼친 손해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해온 삼성은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내려지자 곧바로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일단 이날 “변호인들과 충분히 법적 검토를 거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은 일단 법원이 검찰에서 주장한 에버랜드 CB의 적정가격(8만5,000원) 산정 근거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 판결 내용을 자세히 파악한 뒤 향후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 “반기업 정서 확산 이어져선 안돼”=재계 역시 무죄 판결을 확신하고 있던 터라 이날 법원의 판결에 크게 당황하면서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사법부의 법률적 판단이므로 이에 대해 옳다 그르다 논평을 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삼성과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기업인들이 적지않은 부담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재계는 특히 이번 판결로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업 때리기’가 가속화하고 반기업 정서가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법원 판결로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강경일변도로 흐를까 하는 것도 재계의 큰 걱정거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시민단체의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 마치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 같다”며 “재계가 재벌개혁의 칼날 앞에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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