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참여정부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해왔던 남덕우 전 총리가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 추진과제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해서는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남 전 총리는 23일 한국선진화포럼 홈페이지에 기고한 'FTA, 멕시코의 경험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글에서 한.미 FTA는 우리나라가 숙명적으로 가야할 방향이라며 FTA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남 전 총리는 "최근 두 공영방송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멕시코에 미친 부정적 측면을 부각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고 정부 당국은 다시 이에 대해 이론적 혹은 실증적 정확성이 없는 사례를 주장의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면서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서 NAFTA가 멕시코에 불리한 것이었다면 왜 멕시코는 NAFTA 외에도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43개국과 FTA를 체결했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NAFTA가 멕시코에 미친 효과에 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있게 마련이고 특히 신자유주의를 배격하는 좌파가 우세한 남미에서는 NAFTA를 좋게 말하기 쉽지 않다"면서 "FTA 반대론자들은 멕시코 경제의 모든 부정적인 측면을 NAFTA에 결부시키려 하나 문제의 근원은 딴 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남 전 총리는 "멕시코 경제는 우선 1994∼1995년 외환위기와 2000년 이후의 미국 불경기, 막강한 경쟁자 중국의 출현이라는 외부적 악재가 있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남미에서 가장 경직된 노동시장, 세수증가를 위한 세제개혁 지연,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부족한 제도와 재정지원, 기업 경영과 부정부패를 다스리는 투명한 법적질서 확립의 부족 등이 원인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날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과 우루과이 라운드,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때에도 국내에서 반대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산업이 대체로 성공적으로 적응했고 (우리 경제의) 성장.발전의 촉진제가 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멕시코 경험이 한.미 FTA를 무조건 반대할 만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FTA로 안정된 수출 시장을 확보하고 직접투자와 기술이전이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면 반대론자들이 개탄하는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며 물가 안정과 서민층 생계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면서 "다만 무역 자유화로 타격을 받는 부문, 특히 농업에 대해서는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정부가 노력하는 동시에 농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 전 총리는 "멕시코처럼 우리도 중국의 경제적 도약 앞에서 전통적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 다른 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면서 "미국, 일본은 물론 결국에는 중국까지 포함하는 FTA를 실현해야 우리의 살길이 넓어지며 한.미 FTA는 그러한 방향으로 가는 우리의 숙명적인 길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