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원대한 포부의 한 수

제5보(50∼56)



엊그제 바둑TV를 보다가 느낀 것이 몇가지 있다. 바둑의 진행을 실시간 그대로 따라가면서 해설하는 사람들의 고충이 정말 크다는 것이 그 첫째였다. 보통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센스와 순발력과 언변을 필요로 한다. 필자는 유창혁9단의 해설을 가장 좋아한다. 유창혁의 해설은 세계 제일로 보인다. 그 다음은 윤현석이고 그 다음은 엇비슷한 것 같다. 김성룡ㆍ윤성현ㆍ목진석ㆍ장수영ㆍ김영환ㆍ김만수ㆍ박정상ㆍ양재호ㆍ박대현….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매력이 있다. 다소 안타까운 것은 상황을 설명하는 표현이 적절치 않을 때가 자주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보조해설자로 등장하는 여류기사들 가운데 특히 자주 나타난다. 남성 고단자는 두어지는 수순들의 선악만 말하면 되니까 망발을 할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지만 여성쪽은 질문자로, 분위기 메이커로 뭔가 자꾸 주워섬겨야 하는 입장이므로 실수도 잦아진다. "그때는 가차없이 귀를 지킬 겁니다." 바둑리그 해설에서 나온 멘트인데 '가차없이'라는 표현은 심히 부적절했다. 백52로 지킨 것은 대세를 낙관하고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흑55가 놓인 시점에서 백의 다음 작전이 어려운지 이세돌은 다시 5분 이상의 시간을 썼다. 김만수는 참고도1의 백1을 강수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흑12까지 되고 보면 흑도 별로 불만이 없어 보인다. 부지런한 김만수는 가상도 하나를 더 만들어 소개했다. 참고도2의 백1 이하 흑14. 이것 또한 흑도 과히 나빠 보이지 않는다. 이세돌 역시 하변에는 당장 뾰족한 수단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백56으로 방향을 틀었다. 상변쪽 흑 전체를 공격 목표로 보는 원대한 포부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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