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모바일 투표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대의(代議)민주주의 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민주주의, 정당민주주의 대 대중민주주의. 수식어만으로도 신구 간의 갈등, 정치권과 대중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느껴진다.
SNS야말로 진정한 소통의 도구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특정 성향에 따라 갈라지고 응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표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불어 닥친 모바일 열풍, 소위 SNS 혁명은 병원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정보기술(IT)산업과 의료산업의 융합으로 창출되는 새로운 문화는 의료진과 의료 소비자 간의 거리를 점점 좁혀가고 있다.
환자들은 내가 앓고 있는 병이 어떤 병인지, 나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가 어떤 사람인지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습득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진에게 정확한 의학 정보의 공유와 교환을 요구한다. 이제 환자들은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고 의료진과 의사소통하기를 원하게 된 것이다.
최근 병원들 역시 이런 시대적 흐름을 인식하고 고객인 환자들에게 고급 의학 정보와 함께 보다 친밀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별 의료진의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의료진들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에 예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다지 재미있지도 않고 유쾌하지도 않은 이들 블로그에 이렇게 방문자 수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의학 정보가 과도하게 범람하고 있는 인터넷상에서 적어도 건강에 대한 문제는 전문가의 정확한 의견이 궁금했던 것은 아닐까.
사회ㆍ경제ㆍ교육 등 모든 분야가 전문 분야로 세분화되고 있으니, 내가 앓고 있는 질병에 관해서도 오로지 특정 질환만을 연구하고 해당 환자들만을 돌보고 있는 고수의 판단이 궁금할 것이다.
사실 의사로 일하면서 특정 질환에 대한 다양한 치료법이 있고 환자에게 이를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상품 고르듯 치료법에 대한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지식과 경험으로 판단했을 때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전문가 입장에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정보가 넘쳐날수록 전문가ㆍ명인ㆍ고수ㆍ달인 등 그런 이들의 한마디가 아쉽고 그리울 뿐이다. 소통이 화두인 지금, 전문 분야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환자와의 소통 노력이 SNS 시대의 기본 자세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