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혼다의 기술력과 글로벌 경영

혼다의 기술력과 글로벌 경영 [세계기업을 가다] 조성재 자동차산업硏 연구위원 21세기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세계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업 내적으로는 기술혁신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외적으로는 이합집산을 통한 글로벌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세계 산업계를 움직이는 주요업체들의 경영전략을 관련 연구소 연구진들의 기고를 통해 알아 본다. 90년대 후반 이후 몰아쳤던 세계 자동차산업의 대규모 인수합병의 결과 21세기에는 글로벌 빅6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유포되었다. 6대 메이커의 연간 생산량이 모두 450만대를 넘고 있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최소 400만대는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두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생산량이 250만대에 불과한 혼다가 도태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관계자는 드물다. 왜 그럴까? 대규모 인수합병이 발생했던 요인은 기술개발의 부담과 지역다변화였다. 그런데 혼다의 경우는 탄탄한 기술력을 갖추고 국제화 수준 역시 매우 높기 때문에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에도 홀로서기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혼다는 일본업체들 가운데 가장 먼저인 82년에 미국에 현지생산공장을 건설하여 무역마찰과 환율변동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제 혼다 매출의 절반은 북미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윤 역시 북미지역이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쟁력의 시험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시장에서 혼다가 성공한 것은 탄탄한 기술력과 제품력 때문이다. 혼다는 최고 권위의 모터스포츠 경기인 F1 그랑프리에서 이미 89년에 통산 50승을 달성한 바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빅과 어코드라고 하는 최고 인기차종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창업자 혼다 쇼이치로의 기술중심주의 경영철학이 놓여있다. 혼다는 한때 기술귀족주의에 빠져있다고 내외의 비판을 들을 정도로 기술자를 우대하고, 창의적인 연구소 분위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인사조직 전략을 펼쳐왔다. 제품기술뿐만 아니라 생산기술에서도 별도의 연구소를 운영할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 혼다의 전세계 공장은 모두 생산성이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유연하고 신속한 개발능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수요가 여가용차 중심으로 변화하는 데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고, 이것이 닛산과 미쓰비시 등을 앞지르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혼다는 서유럽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80년대 후반에 영국에 현지공장을 건설하여 진출하였으나, 파운드화의 강세 등으로 99 회계연도에는 서유럽사업이 적자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M에 초저연비 가솔린엔진을 공급하고 GM의 자회사인 이스즈로부터 디젤엔진을 공급받기로 하는 등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유럽사업의 애로를 돌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략적 제휴를 통해 강약점을 교환하면서 개도국 사업도 강화해나가고 있는 혼다의 저력은 바로 탄탄한 기술력에 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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