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파생상품시장 축포의 그늘

조선ㆍ반도체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산업 외에 금융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파생상품시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거래량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거래소에 의하면 1996년 5월 파생상품시장이 개설된 지 불과 15년 만에 얻어낸 '쾌거'다. 파생상품시장 성장의 성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코스피200선물ㆍ옵션, 미국달러선물, 주식선물, 3년 국채선물 등 5개 상품이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했으며 거래대금과 미결제약정은 15년 만에 규모가 각각 408배, 1,341배까지 늘었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지난 2일 '파생상품시장 개설 15주년 성과'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세계적인 시장으로 성장했다"며 대대적으로 자화자찬에 나섰다. 정부와 한국거래소의 '철저한' 사전 준비와 노력을 통해 얻은 결과라는 것이다. 물론 양적 규모를 감안하면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단기간에 눈부신 성공을 거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파생상품시장이 양적 성장만큼 질적 성장도 이뤄졌는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난해 11월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도이치증권의 '옵션 쇼크'를 비롯해 잇따른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사건 발생 등 연이은 악재로 인해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신뢰는 크게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한국거래소에서 자랑스럽게 파생상품시장의 성과를 홍보한지 불과 열흘 만에 주가 폭락을 노린 전대미문의 서울시내 사제폭탄 폭발 사건까지 일어났다. 파생상품시장의 가파른 성장 이면에 합법화 된 투기판으로서의 본질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금융시장이라기보다 '세계 1위 규모의 공인된 도박판'으로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경제 규모나 주식시장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해진 파생상품시장 규모가 결코 자랑거리 만은 아니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매번 사고가 발생한 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이 아니라 파생상품시장이 현물시장의 위험분산시장으로서 제 역할만을 다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투자안전판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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