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토요 문화산책] 현실과 이상 사이

봄인가 싶더니 어느덧 날씨는 여름의 문턱을 왔다갔다 한다. 봄 특유의 그 투명하고 여린 연두 빛을 채 누리기도 전에, 대학로의 가로수들은 벌써 건강한 푸른 잎사귀들로 무성하다. 크고 작은 공간만큼이나 다양한 공연들이 올려지고 있는 대학로 공연장들도 관객의 잦은 발걸음들로 모처럼만에 활기를 되찾은 듯 하다. 대학로의 한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선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요즘 `예술경영`이라는 학문을 접할 기회가 많다. 예술을 경영한다는 것은 `문화상품`이라는 단어만큼이나 낯선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그 필요가 너무나도 절실한 우리의 문화적 현실을 비춰본다면 아주 자연스러운 학문적 행보로 보여지며 연구를 통해 문화현장에 적용할만한 것이 하나라도 발견될 수 있다면 힘써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들 예술경영은 일반 경영과는 다른 전제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경영이 한 기업의 존재이유인 이윤추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예술경영이란 나름의 공간운영에 대한 목적의식을 위해 `돈`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소위 공공의식과 사회적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문화운동 차원의 공간운영에 경영적 사고를 도입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라고 믿는 경제적, 시장 논리와의 싸움에선 번번히 그 설자리를 잃어버리는 것이 우리 문화현장의 현실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예술경영은 `현실 (現實)`과 `이상 (理想)`이라는 두 단어를 접목시켜 보고자 하는 인간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인간적 진실을 이윤추구의 기업 경영이라는 현실적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 경영이라면, 예술이란 인간과 삶, 혹은 그 삶의 방향과 질에 대해서 고민하는 다소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공동체적 이상 실현을 위한 작업을 실천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흔히들 코메디(희극)가 위대한 것은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을,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짓밟은 이웃과 사회의 상처를 언급하되, 누구나 그 구조적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폭소와 조롱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웃음으로 표출해 낼 수 있도록, 철저히 관객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부조리의 현장을 웃음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코메디 그 이상의 것들을 생각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문화공간은 그러한 예술가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사회적 화두들을 만나고 이상과 현실에 대한 고민을 함께 얘기해보는 문화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우리는 우리네 자신의 삶의 방향과 질, 그것을 혼자 깨달아 알기란 쉽지 않다. 함께 웃는 웃음 속에서, 함께 우는 그 아픔 속에서 비로소 각자 조용한 자기성찰을 이뤄내는 것이다. <김옥랑(동숭아트센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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