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수필] 자식사랑

鄭泰成(언론인) IMF사태와 쪼들리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초중고생 과외비는 조금도 줄지않고 있다. 작년에만 근 12조원 가까운 돈이 자식들의 과외비로 지출되었다.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12조원의 과외비에는 우리 사회의 꾸밈없는 현실이 진하게 내비쳐지고 있다. 첫째로 자식사랑은 여전하다는 것을 알수있다. 효사상이 무너지면서 가족의 붕괴를 염려하는 사람이 없지않다. 실제로 끼니를 거르는 늙은 부모가 많다. 그래서 자식의 봉양을 기대하지 말라는 탄식이 노부모들의 입버릇이 되어가고도 있다. 그러나 비록 불효 할지언정 제 자식은 사랑하고 거두고 있으니 그 자식이 또 제 자식을 사랑하고 거둘 것이므로 가족간의 사랑은 아래로 이어져 내려갈 것이며 반쪽이지만 가족의 유대도 따라서 이어져 갈것이 아닌가. 둘째로 이 12조원의 과외비는 우리 사회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생생하게 그려 보이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는 우리사회는 매우 평등지향적인 사회이다. 고르게 다같이 잘 살자고 외친다. 공(公)교육도 평등 혹은 평준화된 교육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속은 다르다. 경쟁이 치열하다. 승자와 패자의 몫이 확연히 다르다. 경쟁의 승패는 상당부분 교육에의해 결정된다. 자식을 낳아 키워야할 나이가된 부모들은 이 겉과 속이 다른 이치를 터득하게 된다. 다른 생활비를 줄이면서까지 자식들에게 과외를 시키는 것은 이 경쟁에서 남들보다 제 자식을 한걸음이라도 앞서게 하자는 부모들의 집념의 산물이다. 셋째로 과외는 우리 사회가 어머니 천하임을 말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경우 과외를 시키고 안 시키고의 결정은 엄마들의 권한에 속한다. 흔히 우리 사회를 남성우위의 사회라고 말한다. 여권(女權)이 말살된 사회라고 말한다. 그래서 여권의 신장을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가 강구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자식을 키우는데 있어 여자인 엄마의 발언권은 막강하다. 또 여성의 지배권은 근자 자식에만 미치는것이 아니라 가정의 대소사에 고루 퍼지고 있다. 오죽하면 IMF사태의 극복여하도 오로지 여자의 손에 달려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까. 과외는 말린다고 없어질것 같지는 않다. 없앨 일도 아니다. 성과는 어떤지 몰라도 자식사랑을 이토록 치열한 교육투자에 쏟는 부모도 이 지구상엔 그리흔하지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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