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다. 11만여명의 출국대상 불법체류자 가운데 이미 출국했거나 출국 예정인 사람이 2만5,000여명에 지나지 않으니 8만5,000여명의 외국인들이 도피를 선택한 셈이다. 특히 4년 이상 체류로 출국해야 할 외국인 노동자가 6만5,000여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 이상 4년 미만 체류자로 출국후 재입국해야 할 외국인들도 상당수 숨어버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도피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대로는 못 떠난다며 버티고 있고 중소기업주들은 “숙련공을 내쫓아 공장이 문을 닫을 판”이라며 불법체류자들의 전면 해제를 요청하고 있다. 법무부가 밀입국자와 위ㆍ변조 여권소지자, 유흥ㆍ서비스업 종사자, 4년 이상 불법체류자 등을 우선단속 대상으로 정한 것도 중소기업의 경영악화를 막으려는 고육지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91년 산업연수생 제도가 생긴 이래 무려 16차례나 강제출국을 유예해준 것이 오늘의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계기가 된 만큼 원칙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출국시킨다는 방침은 번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30% 이상의 임금상승이라는 비용손실을 감안하면서까지 도입된 고용허가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불법체류자의 출국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
다만 집중단속에 앞서 정부는 그 동안 외국인 인력정책 가운데 불법체류를 조장한 부분이 없는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불법체류자 가운데 일부는 체불임금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들이 조속히 출국할 수 있도록 체불 사업주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투자기업 산업연수생 가운데도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경우가 많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이란 국내기업이 해외현지법인 근로자를 국내 모(母)기업에 기술연수를 시키는 제도로 정부가 아닌 개별기업이 이들을 관리하면서 법정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수두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해외투자기업 연수생으로 국내에 들어온 3만여명 가운데 1만7,000여명이 연수업체를 이탈, 불법체류 중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부는 불법체류자를 무작정 내보낼 생각만 하지 말고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구조적 미비점을 보완하는데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3년 이상 4년 미만 체류자들의 일시 귀국도 그들에게는 엄청난 추가 비용을 들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로서야 영원히 한국에서 근무하는 게 바람이겠지만 불가피한 불법체류를 줄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외국인 인력정책의 하나라고 판단된다.
<이상훈기자 sh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