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시장] 파국인가, 진정인가... 폭풍전야 고요한 긴장

금융기관에 대한 수익증권 환매허용조치 이후 금융시장은 외견상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핵심 관계자들은 시장의 외형적 안정을「폭풍전야의 고요한 긴장」에 비유한다.19일 관계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와 투신사는 이미 유동성 확보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익증권의 경우 대우채권뿐 아니라 일반채권, 더 나아가 은행 신탁계정까지 영향을 받고 있어 금융시장은 도미노 게임의 시작을 기다리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하나 정부는 위기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공적자금 투입 등의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태전개는 매우 가변적이다. 주식시장은 환매허용 첫날이던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연속 3일간 하락세를 보였지만 예상보다는 안정된 모습이었고 19일에는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리 역시 3년 만기 회사채 기준 9.9%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치의 효과가 100% 나타나 시장이 안정되고 금융기관들에도 문제가 없는 것인가. 시장 관계자들의 현실진단은 그렇지 않다. 금감위의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대우그룹 문제이다. 대우그룹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원만히 이루어진다면 금융시장 불안의 상당 부분이 해소되겠지만 이제 시장불안은 대우그룹 문제를 떠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금융이나 은행권에서 환매자금을 지원받는다고 하지만 담보(채권)가 바닥나고 있다. 이 상태로 오래 버티기는 어렵다. 정부의 결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금융연구원의 김세진(金世振) 박사는 『은행을 통한 증권·투신 지원에 실효성이 없다면 한은을 통한 직접지원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확산될 조짐도 보인다. 수익증권 환매사태의 직접적인 계기는 대우그룹 채권의 부실 때문이었지만 이제 증권·투신사들의 유동성이 문제가 되면서 문제는 일반채권, 즉 비대우채권 부문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은행신탁도 문제다. 은행신탁에도 대우채권이 편입돼 있다. 그러나 은행신탁상품은 환매제한 대상에서 제외됐고 아직까지는 정책당국의 언질이 없다. 은행들만 고객의 빗발치는 문의 속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억지로 막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한두 달 정도는 정부가 어떻게 막는다 해도 그 이후에 벌어질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 정부가 시장에 단기적인 충격을 주는 일이 있더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 근본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증권연구원의 오승호(吳承炫) 박사는 『환매를 막기 위해서는 지급보장을 확실히 해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증권·투신사들의 유동성 부족에 대한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개인들에 대한 MMF 환매허용은 사태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 증권사의 경우 환매허용 첫날인 지난 16일 무려 2조원이 넘는 수익증권 환매가 쇄도, 감독당국이 다시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부분적인 환매제한에 나서게 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더이상 시장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깊어지기 전에 정부가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의 명분을 찾고 있지만 가능한 한 빨리 나서는 것이 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한 전면적인 채권 시가평가 실시, 또는 대우채권만을 편입하는 배드펀드(BAD FUND) 조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최병만(崔炳萬) 대한투신 상무는 『배드펀드 설정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만약의 경우 정부가 책임지고 나선다는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정치적 부담이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어차피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면 가능한 한 빨리 문제를 전면적으로 노출시키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세워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우원하기자WH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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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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