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올해도 고속성장… “문제는 내년”(시스템통합산업)

◎작년 실적반영 올 20∼50% 신장불구/불황여파 수주격감·성장세 둔화 우려/업계 백화점식 탈피 “전문화로 승부수”「불안한 고속질주」 올 시스템통합(SI) 업계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업체마다 전년대비 신장률이 20∼50%대에 달하는 초고속 성장이 예상되는데도 정작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올해는 불황』이라며 타개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고민이 「엄살」은 아니다. 수치로 제시된 고속 성장의 뒤안에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다. 「고속성장」과 「불황」이라는 서로 다른 얼굴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주요 SI업체 매출액(추정치)을 보면 삼성SDS가 9천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EDS시스템은 4천50억원으로 33%, 현대정보기술 48%, 쌍룡정보 52%, 대우정보 55% 등 업체마다 초고속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몇몇 업체의 경우 올해초 세운 매출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 보이나 목표를 워낙 높게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SI업계의 올해 성적표는 경기 침체의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타업종의 부러움을 살 만큼 최상이다. 그런데도 이 성적표를 받아든 업계의 얼굴은 그리 환하지 않다. 답은 의외의 곳에 있다. SI업계의 올해 매출액은 사실 내용을 따져보면 지난해 영업 성적이다. 이 업종의 특성상 지난해 따낸 계약이 올해에야 매출액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의 영업성적은 내년에나 나오는 셈이다. 결국 20∼50%라는 「고속성장」의 지표는 올해가 아니라 지난해 SI시장이 호조를 보였다는 뜻이다. 그리고 「불황」이라는 업계의 설명은 올해 수주 실적이 썩 좋지 않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초고속 성장을 보여온 업계가 내년에는 신장률이 다소 주춤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업체는 내년 매출목표(&신장률)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신장률을 높이자니 올해 영업 실적이 좋지 않아 무리가 따르고 그렇다고 초고속 성장의 관성을 쉽사리 포기할 수도 없다. 여하튼 내년 매출 신장률이 올해보다는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 각 업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 사업방향을 전략분야를 중심으로 재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식 사업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집중경영을 선택하여 전문성에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고속질주를 거듭하던 SI업계가 올해 이처럼 주춤한 것은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주인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이 예산을 이유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를 취소하거나 사업규모를 줄인 것이다. 실제로 올해 발주된 1백억원 이상의 공공프로젝트는 영종도 신공항·의료보험전산망·토지공사 등 손꼽을 정도다. 기업도 예산 쥐어짜기는 마찬가지여서 별 도움은 안됐다. 올해 SI업계가 지속적인 저가입찰 및 부정입찰 시비로 그 어느 해보다 심한 곤혹을 치르게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원만 벌어도 좋으니 무조건 따고 보자』 한 회사의 임원이 영업사원들에게 강조했다는 이 말은 올해 업계의 현실을 대변한다. 그만큼 따낼 사업이 없었고 힘들었다는 뜻이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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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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