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들의 취업문은 좁기만 하다. 고용주가 이들의 실력이나 품성을 평가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간주해 채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의 신용불량자들은 빚을 갚고 싶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경우가 많다.
신용불량자가 계속 늘어 지난 10월말 현재 360만 명에 달했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용불량자가가 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르게 된다. 채권추심원의 빚 독촉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돈을 마련할 걱정과 직장 내에서의 소외감으로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사업을 접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일단 직장을 퇴직하면 신용불량자 채용을 꺼리는 우리의 기업 분위기와 이들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 때문에 이들이 다시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신용불량자가 빚을 갚고 재기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취업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빚을 갚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빚을 갚겠다는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그리고 신용회복위원회가 아무리 빚 갚기를 돕고 싶더라도 소득이 전혀 없는 채무자를 지원해줄 수 있는 길은 없기 때문이다. 직업을 얻지 못한 신용불량자에게 채권금융기관의 원금감면이나 신용회복지원제도는 `그림의 떡`이 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신용불량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빚을 갚고 신용불량자의 늪에서 탈출하기를 갈망할 뿐 아니라 빚을 갚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들 모두를 금융기관의 돈을 `떼먹은`게으르거나 부도덕한 사람들로 치부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고 취급해 취업기회조차 선뜻 제공하려 하지 않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신용불량자는 한 때의 `신용관리 실패자`일 뿐 부도덕하거나 게으른 사람들이 아니며, 금전사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예비범죄자 집단은 더더욱 아니다. 이들은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보살펴주어야 할 우리의 이웃이다. 우리사회에서 이들에게 취업기회를 적극 제공하여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한다면 이들은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수술(채무조정)과 투약(신용관리교육)처방을 받아 보다 빨리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한복환 신용회복위원회 사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