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매금융] 선진국은행 전략

그러나 소매금융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거래 고객수가 많다고 무조건 이익이 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세계 수위를 다투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은행들이 소매금융 사업을 벌이기에 앞서 지나칠 정도의 신중을 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선진 은행들의 소매금융 전략을 통해 국내 은행들이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이익이 없는 곳엔 가지도 없다= 외국은행들은 철저한 「원가마인드」를 바탕으로 소매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무리 고객이 원해도 밑지는 장사는 안하겠다는 주의다. 미국의 은행들은 계좌 관리에 드는 비용을 감안, 예금 잔액이 일정액 이하로 떨어져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철저하게 상업성을 추구한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자국 내에서만 소매금융을 영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매금융의 특성상 일손이 많이 가고 막대한 투자비용이 드는 반면, 시장 점유가 어렵고 쉽게 이익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씨티은행과 HSBC는 전 세계를 무대로 리테일 시장에 진출한 소매금융의 대표주자들이다. 전세계에 뻗은 점포망과 전산망, 복합 금융상품을 앞세운 두 은행이 공통적으로 구사하는 전략은 「지역 토착화」. 선진 시스템을 구사함과 동시에 「외국」은행이라는 인식을 없애고 각지에서 「국내」은행으로 인정받는 것이 세계 시장 장악을 위한 첫째 조건이라는 것이다. 물론 「고수익」 원칙은 적용된다. 세계에 포진한 씨티와 HSBC가 노리는 고객층은 어디까지나 은행에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고소득층, 적어도 중산층 이상에 한정된다. 또 무모한 확산에 따른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시티은행은 소매시장 점유율을 5% 이내로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산한 지점, 바쁜 온라인망= 물론 대부분의 은행 고객들은 소액의 단순거래를 주로 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은행들은 이같은 단순 거래를 온라인으로 처리한다. 미국 씨티은행 등이 24시간 운용되는 폰뱅킹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터넷 뱅킹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온라인뱅킹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이체방크의 경우 인터넷과 자동화기기, 점포, 재무상담사 등 모든 소매금융 기능을 한데 모은 자회사를 별도 설립하는 새로운 소매금융 기법을 선보였다. 또 HSBC로 통합된 영국의 미들랜드은행의 경우 디지털TV뱅킹을 도입하는 등 선진 은행들은 고객과의 채널을 다양화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은행의 온라인망이 24시간 내내 바쁘게 돌아가는 반면 지점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온라인망이 잘 갖춰진 덕분에 대부분 고객은 한 번 계좌를 연 이후에는 은행을 찾을 일이 거의 없기 때문. 북새통을 이루는 국내 은행점포들과 달리 선진 은행의 점포는 복잡한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 소수의 고객을 응대하는 쾌적한 공간으로 유지된다. ◇다양한 금융상품이야말로 최상의 서비스= 고객의 말이라면 아무리 무리한 요구라도 친절한 웃음으로 응대하는 국내 은행 지점들. 해외 주재원들은 창구 서비스만 비교하면 국내 은행들이 단연 앞선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외국은행들이 보는 서비스 척도는 창구의 친절한 미소가 아니다. 진정한 서비스는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로 평가된다는게 이들의 시각이다. 금융기관간 장벽이 거의 사라진 유럽에서는 은행들이 보험과 증권, 카드 등 모든 금융부문을 망라하는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 은행에서는 고객의 모든 금융 거래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미국 은행들도 합병이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시티은행의 경우 고객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맞춤 금융서비스를 추구한다. 학생 고객에게는 학자금 융자, 졸업 후에는 주택금융대출, 중년 이후에는 투자 자문 등 적절한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한다는 것. 또 세분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서 고객군을 분류, 각각에 대해 차별화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것도 외국 은행들의 특징이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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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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