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애플 살리기/김인영 특파원(기자의 눈)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한 사람은 대학을 갓 졸업한 후 차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개발, 세계에 PC 혁명을 일으킨 당사자고 다른 한 사람은 하버드대를 중퇴,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 세계 시장을 장악한 인물이다. 개인의 천재성과 40대의 젊음, 회사의 경쟁 관계 때문에 두 사람은 늘 라이벌이었고 그들의 기업중 하나가 망해야 다른쪽이 산다고 믿는 천적이었다.그러던 그들이 지난 6일 앙금을 풀고 화해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 컴퓨터에 아무런 조건 없이 거금 1억5천만달러를 지원하고 서로가 특허권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번 제휴의 주제는 「애플 살리기」다. 애플은 지난해부터 엄청난 적자에 시달렸고 직원을 대량 해고하며 자구노력을 했지만 파산직전에 이르렀다. 컴퓨터 업계의 치열한 판매경쟁 때문이었다. 이에 잡스는 자존심을 버리고 게이츠에게 구원을 요청했고 게이츠도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애플 살리기에는 하이테크업계의 내로라는 거물들이 함께 나섰다. 오러클사 회장인 로렌스 엘리슨씨, IBM의 2인자였던 제롬 요크씨, 퀴큰사 회장인 빌 캠벨씨 등이 자리를 훌훌 털고 애플에 합류했다. 미국 하이테크 업계의 애플 살리기를 보면서 이런 것이 바로 미국 기업의 다이내믹한 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정글의 논리가 아니라, 쓰러지는 상대방을 일으켜 세우면서 공존하는 방법을 젊은 경영인들이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애플이 처한 상황이 어쩌면 한국의 기아와 비슷한 점이 많다. 두 회사 모두 그 나라의 주력 업종이고, 치열한 경쟁에 밀려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회사라는 점도 그렇다. 그러나 기아의 경우 모두들 죽이려고 혈안인 것 같다. 채권은행단은 밀린 빚을 받는데 급급하고, 경쟁사들은 은근히 제3자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부도 나몰라라 팔짱만 끼고 있고, 자구노력의 대상인 근로자들은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모습이다. 애플과 기아, 두 회사 모두 그 나라에서 살려야 할 기업이다. 기아의 해법을 찾는 철학적 원천을 애플의 해법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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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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