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안전운전으로 시작하는 추석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지난 일요일 막을 내렸다. 세계 유명 건각들이 경쟁하며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고 그렇게 큰 대회가 우리나라 지방도시에서 개최됐다는 사실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뿌듯했다. 바야흐로 우리는 올림픽ㆍ월드컵에 이어 육상세계선수권대회까지 치른 큰 나라가 됐다. 각종 국제경기를 멋지게 개최한 나라,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 최고의 교육열, 최고가 되기 위해 경쟁을 즐기고 안간힘을 다하며 노력하는 국민성은 우리의 자랑이다. 우리나라만큼 1등을 기억하는 곳이 또 어디일까. 육상선수들의 성적이 좀 아쉽긴 했지만 유명 건각들과 함께 달리며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오기를 품었지 않을까 싶다. 건당 사상자 명절엔 크게 늘어 이렇게 멋진 나라인데 교통안전 수준을 보면 어깨가 움츠러든다. 인구 3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한 우리나라지만 지난해 인구 1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57명으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9위로 꼴찌에 가깝다. 1980년대 후반의 회원국 평균 수준이어서 20년 가량 뒤진 셈이다. 특히 전체 사고의 90% 이상이 교통법규 위반, 운전 부주의 등 인적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운전자의 교통안전 의식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버스ㆍ택시ㆍ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 교통사고 발생비율이 비사업용보다 5배 이상 높은 것도 문제다. 이번 주말이면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한가위를 앞두고 귀성 전쟁이 시작된다. 자동차가 일시적으로 집중되다 보니 늘 그랬듯이 도로 위는 그야말로 주차장을 방불케 할 것 같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은 당일 고속도로 이용객이 1,446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귀성 때는 추석 하루 전인 11일 오전이 가장 붐비고 귀경 때는 추석 당일인 12일 오후가 가장 혼잡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짧은 추석 연휴기간 동안 2,930만명이 이동하게 되니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이 교통사고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지난 4년간 명절 연휴에 발생한 교통사고를 보니 발생건수는 평상시보다 낮았으나 1건당 사상자수는 평상시보다 25%나 높았다.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명절에는 온 가족이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평소보다 많은 탓이다. 추석 연휴의 음주사고도 평소보다 사상자가 7% 정도 높았다. 오랫만에 만난 지인들과의 술자리나 성묘ㆍ차례 때 음복(飮福ㆍ제사를 마친 후손들이 제사상에 올린 음식ㆍ술을 나눠 먹는 것)을 하고 운전대를 잡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명절기간 교통법규 위반 중에는 중앙선 침범사고가 많았다. 정체지역을 피하려고 잘 모르는 지역을 운행하다 중앙선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불법 유턴 등을 한 경우로 보인다. 추석 연휴, 오랜만에 만난 가족ㆍ친지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이웃과도 따뜻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안전수칙이다. 먼저 운전대를 잡기 전 차량을 점검하고 도로상황 등 교통정보를 파악하며 특히 뒷좌석을 포함한 모든 탑승자가 안전띠를 맸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음주운전 절대 하지 말아야 음주를 했다면 양에 관계없이 절대로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추석 때는 술을 마실 일이 평소보다 많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운전담당을 정하고 술자리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장시간 운전과 막히는 도로 등으로 피곤이 쌓이기 쉬운 만큼 졸음운전에도 주의해야 한다. 하품을 세 번하면 무조건 차를 세우고 휴식을 취하는 '하ㆍ하ㆍ하' 원칙을 기억하면 쉽다.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향해 노력하는 우리나라. 명절 연휴를 맞아 안전운전을 최선의 덕목으로 여기다 보면 우리의 교통안전 수준도 언젠가는 최고가 돼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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