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낯설고 신비로운 우리 동네

팝아티스트 오피 개인전

현대인의 익명·몰개성 표현… 서울 거리 풍경 등 20점 선봬

설치 작가 구현모 '사직동'전

작게 느껴지는 어린시절 집, 기억과 현실사이 변주 담아

줄리안 오피의 '신사동 거리를 걷는 사람들(Walking in Sinsa-dong)' /사진제공=국제갤러리

기억과 현실 사이를 변주하는 구현모 작가의 '사직동'전 전시작. /사진제공=PKM갤러리

일상 속 삶의 공간들은 그 자체로 익숙한 물리적 대상이다. 하지만 수십 년 전 과거의 기억을 통해 투영하거나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익숙함은 낯섦 혹은 신비로움으로 변주된다. 거리의 일상을 색다른 시선으로 투영해 새로운 세계를 맞닥뜨리는 전시가 잇따라 열려 초봄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신사동 거리에서 만난 현대인의 자화상=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줄리안 오피(56)가 오는 3월 23일까지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2009년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거리 풍경 속에서 익명성과 몰개성을 강요 받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포착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오피는 이번에 신사동과 사당동 등 서울의 거리 풍경을 포함한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서울에서 전문 사진작가가 촬영해 보내준 사진 3,000여장 가운데 자신의 감성에 와닿는사진을 직접 선별해 작업했다. 작가가 흥미롭게 느끼는 인물들을 무작위로 골라 조합했기 때문에 함께 길을 걷는 것 같지만 실은 대부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신사동이 멋쟁이들이 많은 동네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처음에 사진을 받아 보고 다들 옷을 매우 잘 입어서 놀랐어요. 각각의 캐릭터가 독특한 차림새여서 마치 비주얼 룩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라도 하는 느낌이었죠. 패션은 다양했지만 모두가 휴대폰을 들고 있다는 공통점도 발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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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는 세 가지 연작을 선보인다. 벽면과 바닥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작품들은 오피가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인물들의 에너지와 움직임으로 채워졌다. 서울의 보행자들을다룬 새로운 회화 연작을 중심으로 이뤄진 전시다. 거리와 시장의 군중을 몇몇 그룹으로 표현한 연작들은 쇼핑객들과 바쁜 행인들의 모습을 소재로 했다. 런던의 보행자를 담은 LED 애니메이션 연작도 눈길을 끈다.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골드스미스 컬리지에서 공부할 때 영국 작가 패트릭 콜필드(1936∼2005)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73)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팝아트계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는 그의 작업 방식도 독특하다. 비닐 페인팅으로 불리는 그의 작업은 컴퓨터에서 사진을 불러와 드로잉을 하고 색을 결정한 후 공장으로 보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50여개 다양한 색상의 비닐을 형태에 맞게 오려 붙이는 것으로 작품이 완성된다.

◇기억과 현실 '사이'를 변주하다=기억 저 멀리에 자리한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은 두려울 정도로 거대하면서 동시에 어머니의 품처럼 아늑하다. 수십 년이 지나 다시 찾아간 그 집은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던 어린 시절의 집보다 왜소하고, 낯설기만 하다. 세월이 쌓이면서 기억의 어느 부분이 보태지기도 하고, 때론 기억이 무뎌져 각색되면서 실제 집과 기억 속의 집 사이에 크고 작은 틈이 생기기 마련.

이처럼 기억과 현실 사이 거리의 모습에 주목한 다양한 작업을 지속해 온 설치작가 구현모(40)가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인사동 PKM갤러리에서 오는 3월 7일까지 열리는 '사직동'전은 작가가 초등학교 시절 살던 사직동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으로, 집과 집 주변 공간인 동네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 1층에 자리한 대표작 '지붕'은 보는 장소에 따라 지붕이 되기도 하고, 바닥이 되기도 한다. 전시장 1층이 바깥보다 낮은 덕분에 밖에서 전시장 안을 들여다보면 작품의 지붕을 바닥처럼 밟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반전'은 어린 시절 사직동 골목길을 형상화한 '동네'에서도 잘 드러난다. 작품 '동네'는 어린 시절 딱지 치고, 숨바꼭질하던 집의 자투리 공간에서 영감을 받았다. 서로 다른 나뭇조각을 이어 붙여 그가 기억하는 집의 형상을 드러냈다. 작가는 '집'을 모티브로 2000년대 중반부터 작업해왔다. 홍대 도예과, 독일 드레스덴 미술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10여년간 활동하다 몇 년 전 귀국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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