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업의 사회 공헌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라는 옛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가난 말고도 ‘나랏님’이 구제하기 힘겨워하는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선 최근 부각된 것이 급속한 고령화 현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중은 5년 전에 비해 2%포인트 높아져 9.3%에 달한다고 한다. UN이 정한 초고령사회 기준에 해당하는 시ㆍ군의 숫자도 1년 전 35개에서 63개로 급증해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나랏님을 당혹하게 하는 또 다른 인구통계학적 현상은 저출산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현재 1.0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임은 이미 주지하는 사실이다. 저출산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뿐 아니라 고령화를 더욱 촉진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측면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이다. 이에 정부는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법’을 마련하는 등 ‘구제’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도도한 사회적 흐름을 역류시킨다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급속히 대두되는 현상들에 가려 오래전부터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장애인의 사회적 처우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은 보건복지부 기준으로 200만명을 넘는데 이중 15세 이상 장애인의 실업률이 비장애인들의 8배인 23%에 달해 매우 열악한 생존여건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취업 장애인의 3분의1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어 사실상 잠재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령화나 저출산처럼 근래에 갑자기 심각해진 현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랏님이 구제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문제인 것이다. 얼마 전 한화증권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및 ‘셈공방’과 더불어 장애인연계고용협약을 체결했다. 셈공방은 17년 전 한화그룹 임직원 20여명이 장애인들의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던 ‘한마음회’가 최근 ‘사단법인 한마음복지문화원’으로 재탄생하면서 창업한 중증장애인 다수고용 사업장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한화증권은 셈공방에 안정된 거래처가 되어줌으로써 중증장애인의 고용확대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자세로 국가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접근해 미력하나마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경제적 부가가치의 창출과 부의 사회적 환원만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아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사회적 문제 해결 노력에 동참하는 것도 기업의 중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가난을 구제’하는 것이 어찌 나랏님만의 책임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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